만성적인 경우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58
누군가 삶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난 인생은 함수(function)라고 하였다. 웬 난데없는 대꾸란 말인가. 인생을 숫자놀음에 낮잡았다는 비난은 감수하겠으나 실상이 그렇다. 그러니 내 견해를 우그릴 생각은 없다.
함수는 학창 시절 구구절절 배웠던 수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인과 결과의 모든 관계를 아우른다. 이 세상은 참말로 그렇다. 투입이 있다면 결과도 있기 마련이다. 도전에 대한 응전이자 자극과 반응의 관계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것은 온당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사회나 외부에서는 항상 ‘시그널(signal)’을 보내고 있다. 이 중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애써 무시할만한 것도 많다. 그러나 ‘극치(peak)’ 값을 넘기는 경우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함수로 해석하자면 투입 값이 통상치를 벗어난 경우이다. 그 결과는 완충 범위를 벗어나 일상을 갈겨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렇다면 외부에서만 ‘시그널’을 보내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 몸 자체도 한결같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 점을 사람들은 자주 간과한다. 가끔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지낸다. 항상성이라는 탄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몸에 부정적 반응이 있어도 부지불식간에 해소되니 구태여 세심히 살필 필요가 없다. 신경 쓸 여력과 시간도 부족한 게 우리네 삶이다.
그래서 인생은 참으로 편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극에 그리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놓아두기만 해도 든든히 해결된다. 가벼운 질환은 물 흘러가듯 사라지고 감정적 동요도 스스로 해소된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몸은 계속 시그널을 보내는데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극단적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시그널 중 가장 민감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질환이 있다면 무엇일까? 방광염을 소개하고 싶다. 방광염을 자주 앓았던 사람들은 초기 증상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질환명에서 짐작하였겠지만 방광염은 방광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비슷한 질환으로 신우신염이 있는데 신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들은 독립된 질환이 아니고 연장 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초기에는 방광에 세균이 침범하여 방광염으로 시작하지만 계속 진행이 되면 신우까지 침투하여 신우신염이 된다. 증상 면에서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방광염은 열이 나는 경우가 적고 신우신염은 열이 나는 경우가 많으며 옆구리 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습관적으로 방광염이라고 통칭하지만, 옆구리 쪽에 증상이 느껴지고 열이 날 때는 신우신염을 의심해야 한다.
방광염이든 신우신염이든 치료 방식은 동일하다. 항생제를 중심으로 소염제 등을 복용하면 된다. 약국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서 비뇨기 질환에 특화된 약이 있는데 요로신(요비신 등)이 있다. 이 약물은 한방의 원리로 만들었는데 그 효과 중 소염작용과 이뇨작용이 직접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단시간 내에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에 급성 방광염에 응급약으로 사용된다. 한편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별도로 소염제를 병용하여 복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질환처럼 방광염도 급성으로 시작하여 반복되면 만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매번 약국에 방문하는 것보다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염증약을 장기간 복용하여 말끔하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방광염 치료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적 행위이다. 과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한 작업을 하게 되면 방광염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고단한 생활 속에서 무작정 일과 스트레스를 피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방광염 초기 증상이 느껴질 때 빨리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비약으로 방광염 치료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