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할아버지 수색에 나선 태안해경 및 마을주민들
김 모 할아버지 수색에 나선 태안해경 및 마을주민들

 

어둠속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인 31일 새벽 2. 김 모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랜턴과 장화를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80평생 태어나고 자라 집 앞마당처럼 익숙한 갯벌이 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오늘도 갯벌에 천지인 능쟁이를 잡아 올 요량이다. 물때를 맞추면 두어 시간동안 바구니 가득 잡을 수 있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거니 누렁이도 따라오겠다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웬걸 갯벌에 들어서니 한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비안개인지 물안개인지 방향을 잡아 주던 벌말 선착장 불빛도 우도 섬 형체도 보이질 않는다.

돌아갈까...하지만 80평생 눈 감고도 다니던 갯벌인데....이왕 나온 김에 한 바구니만 담아가지 뭐....”

그렇게 갯벌로 발을 내딛었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할머니는 갑자기 초조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소 새벽 2시에 갯벌로 나가면 4시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남편이 보이질 않는다. 누렁이만 집에 혼자 돌아와 있는데.....혹시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간 건 아닐까....안 좋은 생각이 자꾸 든다.

혹시나 하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아침 7시에 119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 바깥 양반이 바다에 나갔는디 아직 집에 돌아 오지 않았슈~~~평소 같으면 즌작 집에 왔는디...무슨 일 난 것 같유~~~”

태안해경과 119소방대는 현장에 임시 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수색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태안해경과 119소방대는 현장에 임시 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수색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119관계자는 우선 오지리에서 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 첫차 탑승자를 탑문했다. 김 할아버지는 버스에 타지 않으셨다. 결국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결론. 해양수색에 나섰다.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영상)도 확인했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마을주민과 태안해경, 한국해양구조협회 사람들이 속속 모였다. 해안가부터 갯벌을 훍어 나가며 찾아보기로 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수색도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실종자를 찾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 사람이 갯벌에서 견딜 수 있는 한계시간은 채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

평소 능쟁이 잡이를 많이 하는 죽도 인근을 집중 수색했다. 죽도는 대산읍 오지리 벌만 선착장에서 우도로 가는 모래톱으로 갯벌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곳과 달리 곳곳에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갯골이 흘러 마을사람들도 조심하는 곳이다.

평소처럼 능쟁이를 잡으러 방향을 잡으셨다면 죽도를 향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내리는 저녁 7시경 모래톱에서 김 모 할아버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수색에 나선 해경과 마을주민들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모 할아버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너무 늦은 걸까...굵은 장대비 같은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고 현장 갯벌 모습
사고 현장 갯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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