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57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해미 세선약국 약사

어리벙벙할 때가 많다. 지금도 그렇지만 소싯적엔 더 그랬다. 스스로 멀티형 인간이라고 자부하지만, 개인적 작업과 평상 생활에서나 그럴 뿐이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닥치면 어리벙벙하여 정신 줄을 놓는다. 선택할 상황에 직면하면 일단 모 아니면 도 아니던가. 뭐든 선택해야만 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때가 지나 매듭지으면 결과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아직 판단이 어리숙할 때였다. 공간적 운동 신경도 약할 때였다. 어느 날 체육 시간에 선생님께서 체조 종목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학교 운동장 둘레에 철봉, 평행봉, 시소 등이 있지 않았던가. 시범하시면 한 사람씩 순서대로 시도하였다.

그중 ‘링’이라는 운동 기구가 있었다. 올림픽 경기에서 보았겠지만, 양팔로 동그란 링을 잡고 올라가 공중에서 회전도 하며 기술을 뽐내는 종목이다. 선생님께서는 그 링을 양팔로 잡고 공중에서 잠시 유지하기만을 바라셨다. 그러나 나는 링을 잡고 뒤로 한 바퀴 돌아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반쯤 돌아가 몸이 거꾸로 된 찰나였다. 공중에서 붕 뜨는 느낌과 회전하는 느낌에 나는 주눅 들었다. 내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은 기겁하였다. 순간 어찌할지를 몰랐다. 계속 돌아가야 할까? 원위치로 다시 돌아갈까? 아니면 멈춘 자세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까? 판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급기야 엉뚱한 짓을 하고 말았다. 중간에 링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대로 추락하였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바로 밑바닥에 큰 돌덩어리가 박혀있어서 내 허리가 부딪혔다. 하마터면 목이나 머리를 다칠 뻔했다. 그날은 통증 때문에 일찍 귀가하였다.

필자는 이 때문에 난생처음 붙이는 파스를 써보게 되었다. 제품명도 기억한다. 그 유명한 ‘제일파프’였다. 붙이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파스만큼 약국에 다양하게 구비된 품목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색만 다양할 뿐이지 성분이나 제형은 몇 종이 채 되지 않는다. 파스(PAS)란 쉽게 말하여 붙이는 진통소염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진통소염제는 복용한다. 그러나 위장장애가 있을 때는 파스를 붙여야 한다. 파스는 아픈 부위에만 작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약이 온몸으로 확산하지 않아 국소적으로 작용하므로 통증 부위만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파스의 제형을 살펴보자. 두꺼운 파스가 있고 얇은 파스가 있다. 두꺼운 파스는 보통 ‘카타플라스마제’라고 하는데 물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몸에 붙이면 물기가 느껴진다. 이 물기 때문에 점착포로 반드시 덮어줘야 한다. 반대로 ‘플라스타’라는 파스는 물기가 없어서 한 번만 붙이면 된다. 두 제형의 우열을 떠나 편의성 때문에 플라스타의 인기가 높다.

성분은 케토프로펜, 플루비프로펜, 인도메타신, 록소프로펜 등 주로 진통소염제 계열이다. 효과는 이론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개인의 경험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성분보다도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구분은 쿨파스와 핫파스로 나누는 방법이다. 쿨파스는 냉찜질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통증 부위의 열을 내리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염증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타박상, 멍든 데 쓰면 좋다. 필수적으로 멘톨이라는 성분이 포함된다. 핫파스는 온찜질용이다. 냉파스와는 반대로 혈관을 늘리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통증 물질이 빨리 제거되기 때문에 신경통, 관절통에 도움이 된다.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포함된다.

파스의 지속 시간은 과거에 8~12시간 정도여서 하루에 2회 갈아주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의 제품들은 24시간 지속하여 아침 또는 저녁에 1회 갈아주면 된다.

파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알레르기이다. 파스를 붙이면 가렵거나 붙였던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증상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는 파스의 성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파스의 제질 때문이다. 만일 특정 회사 제품이 그렇다면 그 회사 제품은 전부 그럴 수 있으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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