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 이야기-56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해미 세선약국 약사

어린이들은 여름을 좋아한다. 방학이 있고 해수욕장에 다녀올 수 있다. 요즘엔 워터파크에도 다녀온다. 그러나 필자는 그 또래에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름은 참기 어려운 고통의 계절이었다. 몸에 열이 많아 더위를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정말 싫었던 것은 불쾌했던 장마철 습기였다. 특히 손을 가볍게 휘젓기만 해도 포화된 수분이 느껴졌다. 잠시만 걸어도 땀이 나 불쾌하였다. 오히려 한여름엔 버틸만했다. 그늘 밑에서는 시원하니까.

필자 어린 시절은 아직 가정집에 에어컨이 보급되기 전이었고 선풍기가 많았다. 학교에서 귀가하면 가장 먼저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혔다. 에어컨은 소위 잘나가는 가게에서나 볼 수 있었다. 관공서나 도서관에도 있었다. 필자는 자연히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었다. 에어컨은 벽 선반에 올려져 있었는데 작동음은 탱크 소리만큼 시끄러웠다. 그 속에서 공부에 집중하기는 힘겨웠다. 그래도 에어컨 바람만 쐴 수만 있다면 좋았다. 앉을 자리는 무조건 바람을 직접 쐴 수 있는 곳을 선택하였다. 냉방병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시원하기만 하면 좋았다.

학교에서는 어떠했을까?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싶다. 교실 하나에서 학생 40명이 초여름에 수업을 듣는다고 상상해보자. 지금 생각하면 넌더리난다만 내 어릴 적엔 그게 현실이었다. 특히 맨 상층 교실은 오후에 열을 받아 천정에서 온기가 쏟아져 내렸다. 땀은 등에서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등이 땀으로 젖어가는 느낌은 꽤 불쾌하였다. 그러다 희한한 생각을 내었다. ‘공책’을 등과 속옷(런닝) 사이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내 등 넓이와 공책 크기가 거의 같아서 딱 좋았다. 일단 공책을 넣으면 한순간일지라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책이 땀을 흡수하였다. 30분 정도 지나면 뺐는데 공책은 눅눅히 젖어있었고 그 공책을 말리면 쭈글쭈글해졌다. 다음날에도 더우면 동일한 방식으로 그 공책을 활용하여 땀을 말렸다. 그런 식으로 공책 대부분이 희생되었다. 필자만의 더위 식히기 방법이었다.

약 얘기를 꺼내 보자. 필자처럼 땀이 많이 났던 사람들은 땀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땀의 분비 자체를 막아주는 약이 있으니 ‘다한증 치료제’라 통칭한다.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약으로는 염화알루미늄(AlCl3) 제제로 시판되는 제품으로는 드리클로, 노스엣 등이 있다. 이 약물의 원리는 땀구멍 자체를 코팅하듯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땀의 생성 자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고 땀구멍을 꽉 막아버려 외부에 분비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단순하면서 직접적인 방법이다.

비유하자면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가 물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물 자체가 수도관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도꼭지가 꽉 조여져 있으니 물이 나오지 않을 뿐이다. 다한증 치료제도 비슷한 원리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 약물이 영구적이지는 않아 주기적으로 발라주어야 하는데 주로 저녁에 바르면 된다. 장기적으로 쓸 경우 사용주기를 늘려도 된다. 사용 초기에는 매일 저녁 바르는 것이 좋으나 사용한 지 몇 주 지나면 1주일에 2~3회만 써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겠다. 1회 사용량은 약간 질척거리는 정도로 쓰는 것이 좋다.

주의사항이 있다. 이 약 성분은 염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피부에 물기가 있다면 강산(염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농도가 묽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부를 자극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따끔거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약을 바르기 전 피부를 완전히 말린 상태에서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얼굴에는 사용하지 말고 등이나 손, 발 등 사지에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땀은 인체의 체온을 내리기 위한 일종의 방어 수단이다. 따라서 여름에 더위 때문에 땀이 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다한증 치료 약물을 쓸 수 있겠으나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만일 과한 땀 분비 때문에 불편하다면 더위를 식혀가며 일하거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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