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⑰

바쁜 엄마 최윤애 씨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빵점엄마 최윤애 교사

나의 하루는 두 아이가 잠에서 깨는 것과 동시에 시작된다. 보통은 아빠가 한창 출근준비를 하고 있을 오전 7~730분인데, 전날 잠이 드는 시간이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밤새 안 깨고 푹 자 주면 좋으련만 꼭 한번은 깨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다은이,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는 다연이의 요구에 나 또한 평균 2번은 잠에서 깨야 하니 수면의 질이 그리 좋을 리 없다. 아이들의 작은 기척에도 눈이 떠지고야 마는 나는 그 이름도 위대한 엄!!’.

그래서 늘 아침은 피곤하다. 하지만 엄마가 기운 없이 있을 수야 없지! 축적된 에너지를 끌어 올려 벌떡 일어난 나는 아이들 체온을 재고, 옷을 갈아입히고, 침구정리를 하고, 물 컵을 치우고서야 욕실로 향한다. 간단히 씻고 주방에 가면 출근준비를 마친 남편이 혼자서 밥을 먹고 있을 때가 많다. 나는 먼저 라디오부터 켠다. 간단한 뉴스와 정보들, 그리고 음악이 하루를 시작하는데 소소한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빵점엄마의 일과는 늘 바쁘다 바뻐
빵점엄마의 일과는 늘 바쁘다 바뻐

남편은 735분이면 집을 나선다. 아이들과 겨우 아침인사만 하고 출근하는 셈이다. 나는 건조된 식기들을 정리하고 준비물을 챙겨 아이들 가방을 싸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러면 다은이의 유치원 차량 시간에 맞춰 아침 일정들이 착착 진행된다.

8시에 식탁에 앉으면 다은아 긴 시계바늘이 6에 갈 때까지 밥을 다 먹어야 돼”, 830분에 욕실에 가서 이 닦고 세수하고 머리 묶고 로션을 바르면 긴 시계바늘이 11에 가면 버스가 도착하니 우리는 9에 집에서 나가야 돼라는 말로 아이들을 다그치고야 마는 아침시간. 매일 반성하면서도 그걸 다시 반복하는 나는 빵점짜리 엄마’. 그래도 엄마를 따르고 좋아해주니 딸들이 참 고맙다.

언니가 유치원가방을 메면 꼭 자기만한 어린이집 가방을 따라 메는 다연이는 언니를 보내고 다시 집에 돌아온다. 간식을 먹고 응가를 하면 다연이의 준비도 끝이 난다. 다연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면 대략 940. 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인 집안일에 돌입한다.

설거지, 집안 정리, 환기 및 청소기 돌리기가 매일 아침 이루어지는 3대 집안일이다. 그 외 청소 및 세탁, 장보기 등 그날의 할 일 목록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 말로 하면 한 단어이지만 각각의 일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밀대 청소를 예로 들면, 거실에서는 유아용 놀이매트 2장의 위아래를 각각 닦고 마루전체를 닦아야 한다. 주방과 나머지 방들은 의자나 장난감, 가전제품 등의 물건들을 옮겨가며 닦고 청소가 끝나면 충전을 시킨 후 사용한 걸레 4장을 빨아야 한다. 그나마 무선 물걸레 청소기를 사용하여 수월한 편이다.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도 빠뜨리지 못하는 중요일 일 중 하나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도 빠뜨리지 못하는 중요일 일 중 하나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다시 또 바빠지는 나. 미리 쌀을 씻어놓고 저녁에 먹을 요리를 일부 해놓고 가끔은 하원 후 먹을 간식거리까지 챙겨둔다.

330분 다연이를 데리러 나가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손 씻고 가방을 정리하고 기저귀를 갈고 간식을 먹인다. 4시에는 다은이를 맞이하고 놀이터에서 5시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오면 새로운 전쟁 시작. 목욕과 약간의 물놀이 후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려준 후 나도 함께 샤워를 끝내면 어느덧 6.

그때부터 저녁식사 준비. 7시경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고 간식을 먹고 아이들과 조금 놀다보면 8시 반이 훌쩍 넘는다.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에 겨우 한숨 돌린다는 엄마 최윤애 교사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에 겨우 한숨 돌린다는 빵점엄마

남편이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도맡아 하지만, 중간중간 아이와 놀아주고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다툼을 중재하고 용변을 도와주고 손을 씻기고 물건을 정리하고 돌돌이로 머리카락과 먼지를 청소하다보면 엉덩이 붙일 시간이 거의 없다.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에 겨우 한숨 돌리고, 이 닦이고 책을 챙겨 방으로 들어가면 대략 9. 책을 읽고 이야기CD를 듣고 간혹 베이비 마사지를 해주고 나서 아이들이 잠들면 930.

이렇게 나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피곤할 때는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들기도 하지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꿀 같은 시간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어쩌다보니 머리도 집안일을 하다가 중간에 짬을 내어 감게 되었고, 커피도 서서 한 모금씩 마시는 게 전부, 점심도 혼자니까 대충 때우게 되었다. 아이들을 보육 및 교육기관에 맡겨두고 집 안에서 혼자 편히 쉬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자리에 누워 쉬는 것은 손꼽힐 정도이고, 잠깐씩 식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것이 낮 동안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의 전부인 듯하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열심히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으며, 다음날이 되면 새롭게 시작되는 되돌이표 같다. 그래서 가끔은 나를 위해 외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안일을 뒤로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 주부도 인간관계를 위한 사회생활과 자신을 위한 투자나 취미생활이 필요한 사람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과 모여 차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해소, 기분 전환, 에너지 충전을 하고 있는 최윤애 교사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과 모여 차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해소, 기분 전환, 에너지 충전을 하고 있는 그녀 최윤애 씨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과 모여 차를 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는 스트레스 해소, 기분 전환, 에너지 충전을 한다. 7월이 되면서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문화강좌와 유치원에서 하는 학부모 동아리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참 오랜만에 자유롭게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들이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진다.

최근 내년 3월 복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심상치 않은 코로나 확산세와 둘째가 아직 어려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데 대한 일종의 보상기간으로 생각하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과연 남편이 얼마나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 복직 후에는 직장에서의 일과 위의 일들을 모두 병행하는 슈퍼 워킹 맘이 되어야겠지? 지금은 먼저 스스로를 얽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집 안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때이다.

육아에 지쳐 힘들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최윤애 교사
육아에 지쳐 힘들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팔불출 빵점엄마 최윤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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