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쌤의 미술 읽기-⑤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캔버스에 유채물감, 제작연도 1884~1886, 크기 207.5×308㎝,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미술관 소장)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캔버스에 유채물감, 제작연도 1884~1886, 크기 207.5×308㎝,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미술관 소장)

남편과 오랜만에 506번 버스를 타고 한강에 있는 노들섬에 갔다. 비록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바람은 선선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화로워 보였다. 여기저기 데이트하는 연인들, 뛰어 노는 아이들,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한폭의 그림 같다가 이런 기분일까?

나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문득, 그 시대와 화가가 궁금해졌다.

조르주 쇠라는 1859122일 파리에서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으로 태어났다. 9살 때 외삼촌에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19세 때 에콜 데 보자르에 들어갔다. 에꼴 데 보자르는 프랑스의 유일한 공립 미술학교로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화된 아뜰리에 시스템의 교육에 의해 예술가를 배출하는 곳이다.

조르주 쇠라는 어느날 이곳 도서관에서 화가 쉬페르빌이 쓴 이론서 <절대적인 미술 기호들에 관한 평론>을 읽고 미술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색채와 빛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점묘법이라는 회화 기법을 개발하게 된다.

당시 인상주의자들이 빛을 감각적, 순간적으로 자연을 그려내었다면 그는 빛을 광학이론에 따라 과학적으로 그려 내었고 점묘법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발견했다.

점묘법은 색채 하나하나를 점으로 찍어 그리는 기법을 말하는데, 쇠라는 원하는 느낌의 색을 팔레트에서 섞어 그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을 여러 개 찍어 색깔이 캔버스에서 혼합되어 보이기를 원했다.

이 그림이 완성된 시기는 그가 26살일 때, 1884~1886년으로 최초의 점묘법에 대한 연구결과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를 발표한 이후였다. 그랑 자트 섬과 아스니에르는 파리 시민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즐겨 찾던 교외 지역으로, 친구 아망 장과 종종 놀러 가던 곳이기도 했다.

그림 속 사람들은 1880년대 하위 중산계급 사람들로 강변을 산책하고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파리 교외로 나와 있다. 데이트를 하는 사람, 아이와 산책 나온 엄마, 뛰어노는 강아지들... 원숭이도 있다.

그들의 일상은 평온하고 여유롭게 보인다. 지팡이를 들고 중절모를 쓰고 있는 남자, 야구 모자를 쓰고 담배피고 있는 남자, 호두까끼 병정 같은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앉아 신문을 보는 여자, 양산을 쓰고 있는 여자, 꽃다발을 들고 있는 여자, 커다란 꽃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자 등등 허리를 한껏 졸라 매어 엉덩이가 풍성하게 보이는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의 다양한 패션들도 그림 속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1880년대 프랑스는 문화, 경제, 정치적 호황기로 벨 에포크 (Belle Époque)시대였다. 1871년부터 1900, 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벨 에포크는 역설적인말로 이 시기 프랑스는 전쟁에서 패배해 많은 배상금을 갚아야 했고 국가와 국민이 가난해지고 세계는 불경기였다.

많은 노동자가 가난했고, 그로 인해 여러 사회 운동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유럽에선 철의 사용과 함께 기차가 발명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고,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이라는 진보적 가치관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고 있었다.

조르주 쇠라는 앙데팡당 전시를 앞두고 1891329일 독감과 후두염 증세를 보이다 갑자기 사망하고 만다. 그의 나이 33세에 불과하였다. 그의 활동시간은 짧았지만 그의 작품이 미술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빛을 과학으로 그려낸 신인상주의창시자였다.

그가 점묘로 그려낸 도시의 일상 풍경은 오늘날 더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비록 코로나로 예전만큼 피크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프랑스의 벨 에포크가 아닌 한국의 한강의 기적에 살고 있고, 우리는 누구나 휴대폰으로 쇠라가 될 수 있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노을이 잔잔히 지는 7, 나는 노들섬에서 가족들과 일요일 오후 피크닉을 즐기며 잠시 쇠라가 그렸던 그 풍경 속 한 장면이 되어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먼 훗날 오늘날은 무슨 시대로 기록 될까?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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