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쌤의 미술 읽기-④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의 1907년 작품 ‘키스’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의 1907년 작품 ‘키스’

살짝 두 눈을 내리감고 있는 그녀는 그의 달콤한 입술에 털썩 다리가 풀려 그만 무릎을 꿇고 만다.’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클림트가 그린 키스장면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작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여성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당시 오스트리아 상류층 비엔나 여인들은 클림트에게 초상화를 받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그가 그린 초창기 여성의 모습은 상당히 노골적이고 강렬한 에로티시즘적으로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더구나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은 그의 작품이 정작 자신의 나라인 오스트리아에서 외면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결국 그는 동료 화가 20명과 함께 분리파를 결성하여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클림트는 여행에서 만난 기독교 모자이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후, 그의 그림도 점점 변하기 시작하여 점차 상징주의적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이때부터 클림트의 황금시대가 펼쳐졌다. 그의 작품 키스도 이때 그려진 작품이다.

키스에 그려진 여인은 깡마른 몸에 기하학적 패턴의 긴 드레스로 신체의 노출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실루엣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 여성스러움 속에 보이는 에로티시즘(eroticism).

에로티시즘(eroticism)은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에서 유래된 말이다. 르네상스시대 이후 화가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많은 회화적 요소들을 가져와 에로티시즘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그림에서는 누드를 통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그렸으며, 플라톤은 여신인 비너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를 육체적인 아름다움에서 정신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림트의 작품 키스에서는 그림 속 남성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두 손은 여성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여성은 두 눈을 살포시 감아 몽롱하고 나른한 표정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입술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키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살짝 주저앉은 듯한 자세와 같이 섬세한 동작의 표현은 마치 그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실감나는 인물의 행동과는 대조적으로 기하학적 무늬의 장식적 효과와 황홀경을 느끼게 하는 금빛 색채는 반어적으로 인물의 표정에 더 몰입하게 된다.

장식적인 그림은 당시 유럽 전체에 유행했던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Art Nouvrau)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장식적 요소에 만족했던 아르누보와 달리 클림트는 숙련된 테크닉을 통해 회화의 재현방식으로 인물을 구현하였다.

유화에 진짜 금박을 붙이는 방식과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모양을 통해 세련된 제작 방식을 선보였는데 이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상에 빠지게 하는 감상까지 배려했다.

얼마전 9살 딸이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고 물었다. 남녀의 육체적 사랑과 임신, 출산을 말해야 할 때가 드디어 온 것 같다. 그때는 오스트리아 작가 클림트의 키스를 두고 사랑을 설명해야겠다.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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