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부권 ‘가뭄과의 전쟁중’

대지는 목이 마르다. 지난 1일 서산지역에 가을비가 내렸지만, 땅을 적시기에는 태부족이다. 2일 현장을 둘러 본 관내 저수지 수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대지가 워낙 말라 있다 보니 저수지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서산시를 비롯해 충남지역 8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보령댐의 저수율도 마찬가지. 1일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 관리단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보령댐 일원에 약 15.2mm~25mm의 비가 내린 상태다.

그러나 이날 오전 8시 50분 현재 보령댐의 저수량은 2,622만 톤, 저수율은 22.4%로 전날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대전지방기상청 관계자는 “30~8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된 것은 사실이지만, 강수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 관리단 관계자는 “워낙 가뭄이 심하다 보니 땅으로 유입되는 빗물이 많아 보령댐의 저수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강수량의 추이를 봐야겠지만, 이 정도의 비로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뭄 대책은?

금강 백제보 물 보령댐 상류로

각 시·군 비상 저수시설 확보

 

올해 보령댐 유역의 누적 강우량은 예년의 53%에 불과하며, 특히 8월 이후는 예년의 7% 수준으로 지난 1일 현재 저수율 22.4%로 준공 이후 최악의 강우 부족을 겪고 있다. 5일 경보 수준은 ‘심각 Ⅱ단계’로 확대되며 생활·공업용수 공급량이 20% 감축된다.

실상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보령댐 유역의 가뭄에 따른 저수량 부족에 대비하여, 지난 8월 5일부터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감축하여 댐 저수량 비축을 시작하였다.

9월에는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에 있는 용담댐 및 충북 대청댐에서 보령댐 생활공업용수 공급량 중 일 2만 톤을 대체 공급하였고, 10월부터 이를 2만 6천 톤까지 최대한 확대하고 있으나 보령댐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8개 시·군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7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홍수기 도래 전 보령댐 고갈이 우려됨에 따라, 금강과 보령댐을 연결하는 도수로 신설을 확정했다.

보령댐 도수로는 625억 원을 들여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며, 하루 11만 5천 톤 물을 금강 백제보 하류에서 부여군 내산면 반교천 상류까지 21㎞ 구간에 도수관로를 설치, 보령댐 상류인 반교천과 웅천천을 통해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보령댐 도수로가 가동되는 시점부터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의 제한급수는 해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와 함께 서북부 지역의 구조적인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자체적인 수자원 확보 방안으로 지천댐 건설 공론화를 주문했으며, 각 시·군 비상 저수시설 확보, 보령댐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과 이에 따른 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 강구 필요성도 강조했다.

 

내년 2월까지 제한급수 불가피

시민협조 없으면 격일·시간제 단수

 

가뭄이 지속되는 한 보령댐 도수로가 완공되는 내년 2월까지 용수공급지역 8개 시·군에 대해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water는 10월부터 지자체와 공동으로 보령·서산·홍성 등 8개 시·군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20%까지 줄여나갈 예정이다.

K-water와 국토부, 환경부, 충남도 및 8개 시·군 관계자들은 지난 30일 보령댐에서 관계기관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가뭄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K-water 관계자는 “급수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도관 속의 물 흐름이 불규칙하게 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흐린 물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그냥 버리지 말고 받아 두었다가 화장실용이나 허드렛물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병하 K-water 충청지역본부장은 “수돗물 급수조정으로 당분간 많은 불편이 예상되지만, 용수공급 완전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주기 바라며, 현재의 심각한 가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물 절약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대응 상황도 다르다. 다른 시·군과 달리 보령댐에서만 물 공급을 받고 정수장이 없는 홍성지역은 단수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제한급수가 시행되는 가운데 홍성군은 홀·짝수일마다 지역을 달리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단수를 실시하고 있다. 홍성읍·홍북·금마면은 홀수 날짜에, 그 외 읍면 지역은 짝수 날짜에 12시간 단수가 실시된다.

상황이 이러니 식당 등 자영업을 하는 주민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부면 남당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물통을 10개 사다 놨고 주변에서 식당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다 물통을 준비해 놨지만 사실 물통 몇 개 가지고는 턱도 없다"며 “식당하는 사람들은 난리”라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에 종사하지 않는 지역주민들도 하루 중 물 사용이 필수적인 아침 시간대 단수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읍에 사는 한 주민은 "한창 바쁜 출근 시간대에 물을 잠가버리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별다른 조치 없이 주민들의 불편만 강제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8개 시·군 관계자들은 "다양한 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절수효과가 없으면 부득이 단수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수운동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또 "절수의 경우 공급량은 줄어도 물이 계속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물을 아껴쓰지 않으면 절수효과가 적고 고지대 등은 오히려 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취약지역만 일방적인 희생이 없도록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홍성을 제외한 보령·서산·당진시와 서천·청양·예산·태안군 등 7개 시·군은 24시간 물 공급을 하되 공급량을 20% 줄이는 제한급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제한급수 수급율 지자체별로 희비 교차

서산, 비상 저수시설 확보 방안 강구해야

 

이번 가뭄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보령댐에서 용수를 100% 수급받는 지역이다. 8개 시·군중 서산·태안·홍성이 그 경우로 이들은 단수를 실시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서산·태안의 경우 우선으로 밸브 조정으로 감량을 목표하고 있으며 추후 단수나 지하수 개발 등을 고려 중이다.

반면, 당진과 보령·서천·예산지역은 보령댐에서 100% 물을 공급받지 않아 다소 상황이 나은 편이다.

당진은 대청댐, 보령은 성주 취수부, 서천은 용담댐, 예산은 예당저수지 등의 물을 활용해 제한급수에 대비하고 있다. 사실 서산의 경우 K-water에 위탁사업 실시 전에는 성암저수지 등이 상수원으로 기능 하였지만 지금은 모든 설비가 폐기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된 상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안 지사가 주문하는 각 시·군별 비상 저수시설 확보를 시급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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