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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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 서산시대
  • 승인 2020.06.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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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⑯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가 서산시대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
다은이와 다연이 자매가 서산시대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

둘째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 아들 셋을 둔 엄마가 있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괜찮아요. 셋째는 발로 키워요였다. 뜨악! 사실일까?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 가능한 대답인가? 아이들이 많이 순한가?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나? 셋을 키워보지 않았으므로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첫째를 키울 때 나는 말 그대로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다. 잘못하면 깨질세라 조심스러웠고, 주변의 또래 아기들보다 발달이 조금만 늦어도 불안했고,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했고, 그 힘든 시기가 언제쯤 끝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해 다은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산후우울증이 걱정된 시부모님께서 손녀를 봐 줄 테니 기분전환 하라고 달려오신 적도 몇 번 있다.

첫째 다은이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갔다가 9일 만에 퇴원하는 날,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모유수유를 할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했다. 그때는 아이에게 면역력에 좋다는 초유를 한 방울이라도 더 먹이고자 잘 나오지도 않는 젖을 억지로 짜느라 이미 손목이 너덜너덜해진 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퇴원하는 아이의 입안은 아구창(칸디다증)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고 나는 다시 유축기로 5일 정도를 더 버텨야 했다.

처음으로 직수를 하던 날 조리원 간호사에게 수유자세를 배웠으나 젖병에 익숙해진 아이는 젖을 깊숙이 물지 않았고, 결국 나는 유두균열로 고통을 겪었다. 꿈에 그리던 모유수유가 산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변했다. 부지런히 연고를 발랐으나 유두가 갈라져 피가 날 때도 있었고, 물집이 생겼다가 터지기도 하고, 유선이 막히는 건 다반사에, 고열의 유선염이 몇 번씩 찾아오기도 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며 모유수유를 하던 어느 날 밤에는 아이가 내 유두에 딱딱한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흡혈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유방마사지의 도움을 받아가며 15개월간 모유수유를 지속할 수 있었다.

둘째 때는 제왕절개 전날 미리 산전 유방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 덕분인지 첫째가 이미 유선을 뚫어놓은 덕분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모유수유가 한결 수월해졌다. 유축기를 사용할 때도 최대한 손목사용을 자제했다. 그래도 아이를 안아야 하니 손목통증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큰 문제없이 13개월간 모유수유를 했다.

아이를 재우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신생아 때는 혼자 누워서 스스로 자다 깨다 하던 아기였다. 처음부터 눕혀서 재우는 습관을 들여야 했는데, 그땐 내가 너무 힘들어서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었다. 그래서 옆으로 안아 재우던 것이 일으켜 세워 안아 재우는 것으로, 또 어느 날부터는 아기 띠로 안아 재우는 것으로 점점 더 일이 커졌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기 띠로 재우는 것이 버거워질 무렵, 문제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아이를 억지로 재우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나는 아이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동화책을 사서 읽어 주기도 하고(안타깝지만 그 책은 효과가 없었다), 조리원 동기가 추천한 자장가 해마인형도 샀다. 해마인형을 틀어주면 아이가 혼자 스르르 잠드는 것을 상상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시간이 걸려도 내가 같이 누워 호흡하면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뒹굴뒹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성공이었다. 그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가 해마인형의 노래와 빛이 나오는 것을 수면으로 인식하는지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짧아졌고, 나는 아이가 잠든 후에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 큰 딸 다은이가 동생을 돌보고 있는 모습
내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 큰 딸 다은이가 동생을 돌보고 있는 모습

둘째는 당연히 쉬웠다. 수면 패턴을 파악하여 잠이 올 때쯤 함께 누워있으면 아이는 스스로 꿈나라에 갔다. 낮에는 내가 집안일을 하는 사이 혼자 잠들어 있기도 했다. 처음부터 적당한 집안 소음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더니 한결 수월했다.

첫째 때는 이유식을 준비할 때 냄비와 도마, 조리도구를 새것으로 갖추고 시작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만들었다. 돌이 지나서까지 쌀로 만든 스틱이나 떡뻥류만 주고 치즈도 염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장만 먹였다. 아이가 잘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을 최소화했고, 유아용 간장과 된장, 저 나트륨 솔트만 썼다. 이렇게 유난을 떨수록 아이는 점점 더 밥을 멀리 하고, 아이가 밥을 너무 안 먹으니 걱정된 엄마가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첫째를 키울 때와는 달리 둘째는 첫째의 육아와 병행해야 하는 관계로 뭐든 대충대충 해결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주로 시판 이유식을 주문해 먹이고, 외출할 때면 물에 흰 밥만 말아 먹이기도 했다. 다연이는 언니에 비해 훨씬 일찍 간이 된 음식을 먹었고, 돌 즈음부터 달달한 간식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밥도 잘 먹었고, 가끔 적게 먹을 때는 입맛이 없나보다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었다.

다은이는 10월 말에 태어나 꽁꽁 사 매고 다녔다. 꽃샘추위가 있던 3월에도 추울까봐 내복, 겉옷에 우주복까지 입히고 아기띠 바람막이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난다. 날이 더워지는데도 속에 내복을 입힌 후 겉옷을 입히고, 잠들 때 아이가 땀을 흘리는데도 새벽에 추울까봐 수면조끼를 껴입혔다. 4월 말에 태어난 다연이는 오히려 더울까봐 걱정인데 말이다.

첫째 다은이는 아토피가 있어 아빠가 2년 이상 직접 손빨래를 해 주었으나 둘째 다연이는 출산 후 산후도우미가 집에 오면서부터 세탁기로 모든 빨래를 해결했다. 기저귀도 다은이는 가장 비싼 네이처메이드 기저귀를 채웠다. 다연이는 신생아 때부터 중간급 기저귀를 쓴다. 다은이는 잠을 못 자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줄 알고 낮잠 시간을 칼 같이 지켜 주었다. 때로 아이가 잠이 오지 않는데도 계획된 시간에 맞추어 억지로 재웠고, 매일 총 수면시간을 계산했다. 다연이는 상황에 따라 낮잠 시간을 조율한다.

나의 소중한 자녀, 내 몸에서 나온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부모가 아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에게 너무 맞추려고만 하다 보면 서로 힘들어진다. 기대를 하면 기대에 어긋났을 때 실망하는 법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그 행복이 전해지는 법. 조금 내려놓으면 아이를 키우기도 한결 수월해지고 아이도 조금 덜 예민하게 자라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아이를 발로 키운다는 말이 엄마 입에서 나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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