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쌤의 미술읽기-③

디에고 벨라스케스 작품의 ‘시녀들’
디에고 벨라스케스 작품의 ‘시녀들’

그림 속 숨겨진 구도에 대한 비밀과 시점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 필자는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한다.

그림에서 제일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5살 어린 여자아이로 그녀는 펠리페 4세의 유일한 자녀였던 마르가리타 공주였다. 어린아이지만 동그랗게 뜬 눈에서 도도하고 당당한 공주의 기품이 느껴진다. 이 작품을 그린 벨라스케스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린 화가다.

그림 속 공주는 자신의 삼촌이자 사촌이었던 레오폴트 1세와 약혼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왕실에서는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정기적으로 오스트리아에 보내야 했다. 그런데 이 왕가에는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전병이었는데 증상으로는 턱이 튀어나오고 매부리코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전병으로 인해 면역에 취약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려진 초상화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벨라스케스는 그녀의 튀어나온 턱을 가리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아름다운 공주의 그림은 유전병을 가리기 위한 페르소나와 같았다.

이 작품은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1656년경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이다. 살바도르 달리도 시녀들에 관해 그림을 그렸고, 피카소는 무려 58점이나 이 작품과 관련된 그림을 그렸을 만큼 유명한 그림이다.

그림 속 아름답고 사랑스런 공주 마르가리타 공주는 미처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비극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드레스를 입고 얼마나 행복했을까?

스토리를 알고 나니 재롱을 부리는 천진난만한 5세의 어린아이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녀는 21살의 꽃다운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다. 당시 왕실은 혈통을 위해 근친혼을 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순혈주의를 위해 했던 근친혼은 면역에 취약함을 가져왔고 그 비극은 그녀도 피해가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삼촌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레오폴드 1세와 결혼하게 되어 4남매를 낳았는데 5번째 유산 후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면서 죽고 만다. 그녀는 시집 간 지 63개월 만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그녀가 낳은 아이들도 모두 일찍 죽고 마는데, 아들 둘과 딸 둘 중에 아들은 모두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고, 큰딸 또한 그녀의 엄마 마르가리타처럼 23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다.

그렇다면 이런 공주의 비극 이야기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일까? 가만히 보면 어린이의 동화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백설 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이야기 속 공주들은 하나같이 죽음과 연결된 비극적 경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공주가 가진 아름다움은 비극을 포장하는 가면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존재, 권력의 중심인 국왕의 사랑을 받는 공주지만 공주는 유전으로 인한 면역의 취약함으로 비극과 슬픔을 불러왔다.

문득 딸이 그린 공주 그림이 생각났다. 56살쯤 되면 여자아이들은 공주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공주들은 하나같이 마르가리타 공주처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오늘날 공주는 역사 속으로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에 의해 공주는 다시 부활하고 있다.

조금 재미있는 것은 엄마를 그릴 때도 이렇게 공주님처럼 그려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하는 존재지만 이면에는 어린이들에게 엄마는 모든 것을 주관하는 절대 권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멋지고 예쁜 존재로 그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그리면 혼날지도 모른다.

현대에서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내 생각을 담아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신화 속 인물이나 왕과 같은 권력자를 그렸던 과거 그림은 보이지 않는 권위이자 절대권자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것은 언제나 화가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비밀을 그려내는 것도.

그때처럼 그림은 화가만 그리는 것이 아니지만 그림 속에는 이면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오늘부터 내 아이의 그림 속 공주를 잘 찾아봐야겠다.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