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보고 자라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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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고 자라는 아이
  • 서산시대
  • 승인 2020.06.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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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⑮
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나 나뭇잎,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으면 길을 가다가도 멈추어 그것들을 보고 만져보는 6살 다은이
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나 나뭇잎,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으면 길을 가다가도 멈추어 그것들을 만져보고 수집하는 6살 다은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 킥보드를 타고 앞서 달리던 다은이가 뒤에 오는 엄마와 동생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돌릴 때였다. 나지막한 턱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아이는 그만 앞으로 콕 넘어졌고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뛰어가 아이를 안아주며 다친 곳이 없나 확인하고 앞을 보고 달리라고 일렀다. 그것은 내가 다은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때부터 앞을 보고 걸어야 할 다은이는 주로 땅을 보고 걸었다. 가끔은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74, 친구 가족과 함께 경주 동궁원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18개월 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데 앞쪽에 죽은 벌이 한 마리 보였다. ‘다은이가 저걸 만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지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찰나 이미 아이는 몸을 숙여 죽은 벌을 잡았고, 순식간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손에 있는 것을 털어내고 자세히 보니 손가락에 작은 가시가 보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언뜻 보아도 죽은 지 한참 지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벌의 침에 쏘이다니.

급한 대로 카드를 이용해 제거하려 했지만 벌침은 빠지지 않았다.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어 응급실에 가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특별한 알러지 반응이 없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근처 친정으로 달려갔다. 소독 후 1회용 바늘로 벌침을 빼내려는데 아이가 손을 자꾸 움직이는 바람에 쉽게 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며칠 두었더니 그 벌침은 자취를 감추었다.

때로는 화단을 바라보던 다은이가 바싹 마른 개똥을 만지는 일도 있어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다은이는 하얗고 작은 총알을 유난히 좋아했다. 길을 가다가도 비비탄 총알만 보이면 총알같이 뛰어가 줍던 다은이

다은이는 하얗고 작은 총알을 유난히 좋아했다. 길을 가다가도 비비탄 총알만 보이면 총알같이 뛰어가 줍던 다은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서는 투명한 비닐봉투에 총알을 담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거기에는 때때로 작은 열매, 솔방울, 나뭇잎 등이 들어있기도 했다.

어린이집 등원 길, 화단을 바라보던 다은이가 바싹 마른 개똥을 만지는 일도 있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아무거나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다은이를 단속시켰다. 그래도 아이는 나무막대기로 착각하여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도 만지고, 길거리에 버려진 쇠붙이도 만지고, 개미와 공벌레도 잡아서 만졌다. 심지어 개미와 공벌레가 손에서 기어 다니면 간지럽다고 깔깔 웃어대니 이 아이를 어쩌면 좋으랴?

그러나 더욱 엽기적인 사건은 다연이에게 발생했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간식으로 곰젤리를 한 봉지씩 줬는데 걸어 다니면서 먹던 다연이가 바닥에 젤리 2개를 떨어뜨렸다. “떨어진 건 벌레 주자라고 말하며 그대로 두었는데 며칠이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다은이가 그걸 주워 미끄럼틀 위에 올려 두었는데, 잘 놀던 다연이가 무언가를 입에 넣기에 달려가 보았더니 며칠간 노상에서 방치된 그 젤리 하나를 싹둑 베어 먹고 있었다. “다연아 먹으면 안 돼!”라고 소리칠 때는 이미 작은 조각이 다연이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후였다. 흑흑.

그렇게 땅을 열심히 쳐다보고 줍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다은이가 아직까지 줍지 못한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돈이다. 얼마 전 다은이가 친한 친구인 다희와 놀고 있을 때였다. 산책로에서 10원짜리 동전을 발견한 다희. 다희는 그때부터 열심히 동전을 찾기 시작했고 탄력을 받아 50원짜리 동전을 추가로 발견했다. 다은이도 열심히 탐색하였으나 동전이 쉽게 눈에 띌 리 없었다.

우리는 근처 놀이터로 이동했고 아이들은 동전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신나게 뛰어놀았다. 놀이터 한 쪽에 있는 화단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다희가 또다시 100원짜리 동전을 줍는 기염을 토했다. 하루 만에 동전 3개라. 그것도 10, 50, 100원짜리 동전을 골고루 줍다니. 다은이는 다시 동전 찾기에 돌입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다희에게 하나만 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번의 요청에도 다희가 끝까지 거절하자, 다은이가 안타까워진 다희엄마와 나는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동전이 있다면 몰래 바닥에 떨어뜨려 다은이가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는데, 우리의 주머니는 물론 지갑과 가방까지 통틀어 단 하나의 동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날 다희는 신기하게도 500원짜리 동전마저 찾았고 다은이는 여전히 동전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다.

민들레 씨가 보이면 달려가 후 불어보는 다은이
새의 깃털을 만져보고 행복해 하는 다은이

걸을 때 앞을 보는 것보다 바닥보기를 더 좋아하는 다은이. 떨어진 동백꽃 무더기로 소꿉놀이를 하고, 민들레 씨가 보이면 달려가 후 불어도 보고, 최근에는 벚나무에서 떨어진 검은 버찌를 곧잘 밟아서 터뜨려 보는, 여전히 한손 가득 총알 모으기를 즐기는 내 딸 다은이.아래를 내려다 볼 줄 알고 작은 것도 바라 볼 줄 아는 깨끗한 눈을 가진 아이.

그 깨끗한 아이의 눈으로 어두운 곳을 바라볼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어둠의 작은 빛이 되어 세상을 밝혀 주기를, 다은(茶垠)이라는 이름이 가진 뜻처럼 차의 은은한 향기가 온 언덕을 가득 채울 수 있기를...

작은 돌멩이나 나뭇잎,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으면 멈추어 그것들을 보고 만져보며 비닐봉투에 담아오는 아이
작은 돌멩이나 나뭇잎,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으면 멈추어 그것들을 보고 만져보며 비닐봉투에 담아오는 아이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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