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 쌤의 미술 일기-②

에드바르크 뭉크의 ‘절규(The Scream,1893)
에드바르크 뭉크의 ‘절규(The Scream,1893)

노르웨이 화가이자 인쇄업자였던 에드바르크 뭉크는 어렸을 때부터 죽음을 목격했다. 그의 어머니는 뭉크가 다섯 살 때 병으로 사망하였고, 큰누나도 14세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아버지와 남동생 또한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여동생은 정신병으로 평생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뭉크는 늘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에서 겪었던, 불행했던 경험은 그의 명작 절규라는 그림을 통해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었고, 작품을 통해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것은 겁쟁이, 혹은 약한자로 여겨졌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그림으로 드러내면서 그것이 주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하긴, 죽음의 공포는 어디 뭉크뿐이겠는가! 모든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 바로 죽음이다.

19세기 후반 심리적 테마를 환기시키는 작품들을 창작해 20세기 독일의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준 인물 뭉크. 그의 대표작 절규는 무서움, 두려움, 오싹함,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하여 보는 이의 감성을 집요하게 자극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 각인이 되어 잊어버리지 않는다.

붉은 노을을 표현한 것, 같은 강렬한 하늘과 푸른색 호수의 대비, 일렁이고 있는 듯 한 주변의 풍경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화면을 가로 지르는 과감한 사선의 구도에서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느껴져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 오는 것처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도망가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사람의 핏기 없는 피부와 검은색 입술, 확대된 두 눈과 쪼그라든 동공, 놀란 것 같은 표정은 마치 저세상을 다녀온 것 같은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사람이라고 보여지기 보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

이 그림은 에드바르크 뭉크(1863-1944)1982년에 앓았던 공황발작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 속 남성은 해골처럼 변해 있었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의 경험을 뭉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오슬로 교외에서 친구 두 명과 길을 걷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다리 아래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멜랑꼴리의 기미를 느꼈고 갑자기 하늘은 피같은 레드로 변했으며, 죽은자처럼 피곤함을 느끼고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의 절규를 느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 공포를 친숙함에서 찾고자 했고, 이것을 이상한, 기이한이라는 뜻으로 언캐니(uncanny)로 말하고 있다.

아마 뭉크의 그림은 평화로운 자연에서 느낀 언캐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9세기 뭉크가 태어난 세상이나 2020년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죽음의 두려움을 겪고 있다. 평범했던 관계와 만남이 바이러스로 언캐니가 되어버렸다.

이런 엄마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아이는 틈만 나면 tv를 보느라 바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바로 신비아파트이다. 신비아파트는 주인공 도깨비 신비와 여자아이 구하리가 나오는 만화인데 죽은 귀신을 잡는 만화이다.

안그래도 코로나 땜에 무서워서 밖에도 못 돌아다니는데, 귀신이야기까지 봐야 돼? 엄마가 무서운 거 그만 보랬지!”소리를 버럭 질러본다.

사실 나도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를 참 좋아했었다. 벌벌 떨면서도 왜 그렇게 무서울 이야기에 열광했을까? 그리고 그 자극적인 장면과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긴장과 스트레스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가끔 내면을 표출하는 그림을 그려보면서 힐링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너무 잘 그린 그림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는 뭉크 같은 그림 말이다.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강민지 커뮤니티 예술 교육가/국민대 회화전공 미술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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