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최소 1년 전부터...” 경찰 “코로나19로 생긴 신종방식”

최근 충남 태안반도에서 중국인 밀입국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보트가 잇달아 발견돼 서해안이 중국인들의 새로운 밀입국 수법과 경로로 최소 1년 이상 이용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중국인 8명이 밀입국(4명 검거)한 태안 해변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서 지난 4일 또 다른 보트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 4월 발견된 검정 고무보트에서는 모두 5명이 밀입국(2명 검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두 달 사이에 밀입국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3척이 발견된 것이다.

나머지 보트 1척도 중국인들의 밀입국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엔진의 제조원과 마력수, 바닥 면을 빠른 이동과 해안가 접안이 가능하도록 특수 개조한 점, 이 밖에 보트에서 발견된 기름통 등 물품 등이 앞서 4월과 5월 발견된 보트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밀입국 수법] 개조한 모터보트로 5시간 만에 태안 해변으로

 

이번 태안반도 밀입국 사건은 교묘하고 새로워진 밀입국 수법이 꼽힌다. 불법체류자는 법무부 통계 기준 2016년 약 20만 명, 2017년 약 25만 명, 2018년에는 약 35만 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주로 알려진 방법은 무사증으로 관광목적으로 들어왔다가 무단이탈을 시도하는 경우다. 지난해에도 제주도에서는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을 다른 지역으로 불법 이동시킨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당시 내국인 알선총책과 중국인 알선책, 모집책 등으로 나눠 조직적인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8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밀입국 또는 무사증 무단이탈을 시도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50건으로 162명에 달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07명(66%)으로 가장 많았다.

위‧변조된 여권이나 조작한 서류를 통해 입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적을 위조해 국내에 가족이 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기업 초청장을 받은 사업자로 위장하거나 국제면허증을 위조해 입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태안반도 밀입국 사건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수법으로 꼽히고 있다. 해상을 통한 밀입국은 늘 있었다. 해상을 통해 밀입국하려다 검거된 밀입국자는 2016년 30명, 2017년 39명, 2018년 56명으로 매년 그 수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화물 수송 컨테이너나 어선을 이용해 입국했다.

반면 태안에서는 중국 산둥성 해변에서 개조한 모터보트를 이용, 5시간에 태안 해변에 도착했다. 중국과 최단 거리(320km)인 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작은 모터보트를 이용하다 보니 1인당 한화 약 200만 원 전후(5월 밀입국 172만 원, 6월 밀입국 260만 원)의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인 점도 눈에 띈다. 마음만 먹으면 집단 밀입국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 경비가 허술한 해안을 선정하고 이동, 취업 알선 등을 연결하는 대규모 조직이 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보트 밀입국, 언제부터?] “지난 해 이맘 때에도 수상한 보트 오갔다”

 

지역주민들은 수상한 보트가 오고 간 때가 최소 1년여가 넘었다고 말하고 있다. 태안의 한 주민은 “수상한 보트가 작년 이맘때 쯤 앞바다를 오가는 것을 몇 차례 봤다”며 "관광철도 아닌데 왜 낯선 보트가 떠 있나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3차 례 발견된 보트로 볼 때 태안해변을 오랫동안 밀입국 루트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해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발생한 밀입국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 19로 중국의 하늘 길과 취업 길이 막히자 보트를 이용한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중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한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생긴 수법이라고 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해안, 해상 보안 믿어도 되나] 3척 모두 주민이 신고...경찰은 때 늦은 수사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산 대산항에서는 군과 해경은 물론 유관기관 합동으로 밀입국에 대비한 합동 훈련을 벌였다. 대산항은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무역항이다. 경찰이 군과 합동으로 한 첫 밀입국 대비 훈련이었다.

하지만 밀입국 대비훈련은 보트를 이용한 신종수법에 대한 대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과거 화물 수송 컨테이너나 어선을 이용한 밀입국 방식에 대한 대비훈련에 머물렀다.

실제 4월과 5월 발견된 수상한 보트 3척 모두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밀입국자들은 대담하게 군부대 주변 해안을 통해 들어온 뒤 보트 또한 군부대 주변에 정박해 놓았지만 군 당국은 보트 존재 사실조차 몰랐다.

특히 해경은 지난 4월 15일 발견된 보트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밀입국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자 ‘단순 수산물 절취범으로 보인다, 언젠가 보트를 찾으러 올 것’이라며 늑장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군은 물론 경찰 모두 신종 수법을 예측조차 하지 못했고, 안이한 대처로 서해안이 뻥 뚫렸다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밀입국이 대거 늘었다고 가정할 때 방역 체계까지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법은?] 군경-지역주민 공조 체계 꾸려야

 

태안반도 밀입국 사건은 태안은 물론 서해안 대부분이 고무보트에 의해 뚫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국은 고무보트의 경우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데다 작고 속도가 빨라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어선과 마을 주민을 통한 공동 대응이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해경과 군이 합동으로 주변 해상은 물론 해안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입국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의 한 산업단지에서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베트남인 39명이 영하 25℃까지 내려가는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동사한 사건도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밀입국이 발생하는 만큼 물리적인 대처로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태안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밀입국은 국제적 사안인 만큼 무조건적인 단속과 처벌에 앞서 현재 밀입국 현황과 이주민들에 대한 대처 등을 종합 분석해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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