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㉛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는 기물 하나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 물론 궁이 완전히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위치에 있을 때는 예외이다. 따라서 승국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는 기물 간 합세 작전이 중요하다. 다른 보드게임도 기물 간 합세가 중요하지만 장기만큼 기물 간 협력이 중요한 게임은 없다. 때에 따라 희생도 하여야 하고 적진에도 뛰어들어야 한다. 멀리 내다보는 지략도 중요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에서 흔하게 나오는 합세 작전이 있다. 물론 합세하는 기물이 많으면 수를 내기도 좋겠지만 그만큼 복잡해지고 전술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전술적 차원에서 흔히 이뤄지는 합세 작전의 두 기물을 집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차(車)와 마(馬)를 택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차는 공격이 강하여 합세 작전에서 빠질 수 없는 기물이다. 차와 포(包)가 합세할 수도 있고 차와 상(象)이 합세할 수도 있다. 후반에는 차와 졸(卒)이 합세하여 작전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마와 포, 마와 상의 합세 작전은 쉽지 않다.

차(車) 다음으로 공격력이 강한 기물이 마(馬)이다. 그렇다면 왜 포가 아닌 마를 선택할까? 사실 포는 행마 측면에서 본다면 차와 비슷하다. 단지 기물 하나를 넘겨서 움직여야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성질이 비슷한 기물끼리는 합세하기가 어렵다. 합세는 가능하지만 전술 자체가 단순하여 상대 대국자가 작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수를 만들기도 어렵고 재미도 없다.

그러나 마는 행마가 상과 비슷하다. 둘 다 직진성 기물이 아닌 확산성 행마 기물이다. 그러니까 물이 번져가듯 단순히 직진하는 기물이 아닌 직진과 회전을 결합하여 움직인다는 뜻이다. 비슷한 기물로 상(象)이 있다. 그러나 상(象)은 시야가 넓긴 하지만 멱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둔한 움직임을 보인다. 따라서 마가 기동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진성 기물인 차와 확산성 기물인 마가 결합한다면 작전을 내는데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보자. 차와 마 중 먼저 침투하는 기물은 어느 것이 좋을까? 차가 좋다. 왜냐하면, 대국 초반 마는 적진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는 졸의 덫에 갇혀 희생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스스로 탈출이 가능한 차가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가 차의 호위를 받으며 진출해 나가는 행마가 바람직하다. 차와 마의 일반적인 합세 작전을 알아보도록 하자.


<장면도-1>을 보자. 유단자 간의 실전보이다.

<장면도-1>

초의 차와 마의 위치를 눈여겨 보자. 차와 마의 합세 작전에서 흔히 나오는 모양이다. 먼저 차가 진출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하였을 것이다. 82에 있는 차 위치가 상당히 좋다. 이후 초마가 차분히 진출하여 74까지 갔다. 63의 상은 중요하지 않다. 이로써 한의 62사(士)가 초의 차와 마에 의해 공격받는 모양이다. 반면 한의 양차(車) 위치를 보자. 초의 궁성을 강하게 압박하는 듯싶지만 실질적으로 초는 공격받을 기물이 없다. 한도 합세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양차의 합세 작전은 단조롭고 전술을 짜기 어렵다. 따라서 양차보다는 차와 마의 합세가 더 풍성한 공격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장면도-2>를 보자. 유단자 간의 실전보에서 발췌하였다.

<장면도-2>

역시 차와 마가 합세 작전을 펼치고 있다. <장면도-1>처럼 차와 마가 한의 42사(士)를 노리고 있다. 물론 마의 위치는 차이가 있지만 맥락상 큰 차이는 없다. 한은 당장 11의 차로 지켜야 하나 궁성에 차가 들어가면 모양이 좋지 않다. 따라서 초는 이후 포(包)를 이용하여 적절히 응징할 것이다. 참고로 마는 여의치 않을 경우 44로 가서 장군을 부르거나 31로 가서 장군을 부르는 방법도 있다.


<장면도-3>를 보자. 실전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다.

<장면도-3>

이 기보에서 초는 차 2개와 마가 합세 작전을 펼치고 있다. 보통 큰 기물 3개면 수가 난다고 한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게 저항하여도 반드시 수가 나게 되어 있다. 지금은 한의 궁성 수비가 견고하여 안정된 듯싶다. 하지만 차와 마의 연타 공격에 장군승으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차를 희생하기 아까워하여 마로 사를 먼저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로 사를 취하는 순간 상대방이 수비를 할 수 있는 한 수를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로 사를 먼저 취했을 경우 계속 장군을 부르게 되어 한은 수비할 시간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런 모양에서는 반드시 차로 사를 취해야 한다.


★정리★

장기는 기물 간의 합세 작전이 중요하다. 그중 차와 마의 합세 작전이 가장 일반적으로 이루어진다. 직진성 기물인 차와 확산성 기물인 마가 결합하면 전술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먼저 차가 진출하여 자리를 잡은 후 서서히 마가 진출하여 작전을 내는 것이 좋겠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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