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㉚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혹자의 장기 기력을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직접 물어보면 보통은 겸손하게 대답하기도 하고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 장기를 직접 둬보고 판단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과거에는 월간지에 평가 문제가 수록되기도 하여 점수에 따라 기력을 매겼다. 여하튼 기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단급 체계이다. 물론 이러한 체계도 편차가 있고 평균값일 뿐이므로 하수가 상수를 이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력을 확인하는 방법 중 재미있는 방법이 있다. 좋아하는 기물을 물어보는 것이다. 초심자는 차(車)를 좋아한다. 차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몇 개의 기물이라도 기꺼이 희생한다. 중수들은 마(馬)나 포(包)를 좋아한다. 마나 포는 나름의 기동력이 있고 길이 직관적이지 않아 수를 내기 좋은 기물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수읽기가 시작되는 중수가 두기에 매력적인 기물이다.

상수는 어떠할까? 상(象)을 좋아한다. 움직임은 둔하다. 그러나 장기 후반부에 이르러 양 진영 기물이 떨어졌을 때 상의 행마 하나하나마다 장기판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상의 움직임 한방에 상대 궁성은 초토화될 때가 있다.

그러나 상은 멱이 잘 잡혀 대국 초반에 마땅히 갈 만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희생할 때는 과감히 희생해야 한다. 비록 점수에서 손해일지라도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탐대실하는 심정으로 상을 살리고자 익숙하지 않은 위치로 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주 안 좋은 행마이다. 왜냐하면 상의 위치 자체가 10X9 장기판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이 갈 수 있는 일반적인 위치가 아니라면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상의 길 읽기 자체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초행길을 운전한다고 생각해보라.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는 상의 적당한 위치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장면도-1>을 보자. 유단자 간의 실전보이다.

<장면도-1>

양 진영의 상 위치를 보자. 다른 같은 줄에 상이 있지만, 상의 위치에 대한 가치는 엄연히 다르다. 한은 공격하기 위하여 초의 진영에 상을 침투시켰다. 이는 장기를 두다 보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위치이다. 만일 역으로 공격받게 되면 원래 있던 위치로 후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초의 상 위치는 초진영임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불만이다. 이 위치에 가게 된 이유는 47에 있던 상이 상대 진영에 진출했다가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수습이 곤란하다. 지금처럼 한의 병이 밀었을 때 또다시 후퇴해야 하는데 그 후퇴할 곳도 초 진영에서 익숙한 위치가 아니다.

장기 대국 초반에는 상의 멱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행마하기가 까다롭다. 그러다 보면 좋지 않은 위치에 가게 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바에야 상을 희생하고 다른 이득을 취하는 것이 낫겠다.


<참고도-1>을 보자.

<참고도-1>

<참고도-1>에 상이 위치하면 좋은 위치를 표기하여 보았다.

‘1’구역은 상당히 좋은 위치이다. 궁성 바로 앞에서 수비를 겸하는 동시에 포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3의 구역으로 뛰쳐나가 둘잡이를 노리거나 상대 궁성을 바로 노릴 수 있는 전략적인 주요 위치라고 할 수 있겠다.

‘2’구역도 ‘1’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1’에 비하여 상대 진영으로의 진출 방향이 다소 제한적이라 불만이 있다. 그러나 1의 상과 합세하면 상대 한쪽 진영을 초토화할 수 있으므로 공격을 좋아하는 대국자라면 두어볼 만한 위치이다.

‘3’구역은 ‘1’과 ‘2’ 구역에서 상이 행마하였을 때 가는 위치들이다. 공통으로 상대 궁성을 바로 공략하는 위치라 당하는 입장에서는 벼락 맞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특히 대국 후반에 걸리는 기물이 없어서 상이 행마하기에는 아주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정리★

상(象)길은 고수라 할지라도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심지어는 프로기사가 상길을 못 보아 졸 하나를 손해 보았던 대국도 있었다. 그리고 상은 대국 초반에 멱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행마하기가 마땅하지 않다. 따라서 상은 안정적 위치로만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본인이 특별히 익숙한 위치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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