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⑫

출처 코리아스킨마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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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부모님은 내리 사십 년 동안 개인 사업을 해오셨다. 어린 시절 개인 사업은 절대 하지 말라던 부모님의 한 서린 충고가 기억난다. 본인들의 고역이 상당했으니 자식만큼은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지 여쭈어보았다. 바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란다. 고객의 요구는 종잡을 수 없고, 때로는 무례한 이들도 상대해야만 한다. 보다 더 공손하고 낮은 자세로 말이다. 응당 대접받기를 바라는 그들은 안하무인이다. 오죽하면 옛말에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표현이 나왔겠는가.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부모님의 염원대로 나랏밥 먹는사람이 되었다. 부모님의 걱정은 한시름 놓인 듯싶다. 그런데 직장생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흡사 군 복무를 마친 군인들의 군부심을 방불케 하듯 본인의 처지가 가장 혹독한 것일까. 물론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밥벌이를 잃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어느덧 직장생활 19년 차에 접어들면서 가장 힘든 일을 떠올려본다. 한 업체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가장 힘든 일은 직장 상사, 동료 등과의 관계였다. 부모님의 원대로 개인 사업은 하지 않았으나 결국 어느 곳이나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인 듯싶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까? 보통은 가급적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피하게 된다. 필자도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청춘의 왕성한 혈기로 그를 설득하고자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애당초 바뀌지 않았다. 내가 바뀌지 않듯이 말이다.

그런 경험의 누적으로 갈등이 시작되는 조짐이 보이면 어떻게 회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 역시 좋은 해결방법은 아니었다. 회피를 거듭한 결과 극단에 이르러 결국 관계단절로 이어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되기에 우리는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적 소통이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KatzKahn(1978)은 의사소통이란 사회적 기능을 가장 광범위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사회조직의 발전과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집단의 사회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소통은 정보적, 설득적, 비언어적 수단 등을 통해 전달되는데, 종국적으로 상호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자신의 사상이나 가치관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이해되기를 바라는 행위이며, 상대방은 이를 듣고 이해해야 되는 계통적, 계속적 과정이 연속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상대방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통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과업이 되었다.

며칠 전 필자의 상사는 업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서원들을 나무랐다. 그는 삼십 년 넘는 세월을 한 분야에서만 근무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그런 그에게 만족스러운 부서원은 없다. 당연히 눈에 찰 리가 없다. 그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이미 수차례 수정된 버전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받아든 보고서는 부족한 점만 눈에 띄는 모양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까.

코로나 상황 이전에는 간혹 있는 회식자리에서 말 못한 사정들을 털어놓곤 했다. 회식자리는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름 우리네 속사정을 슬며시 전할 수 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적 거리, 생활 속 거리가 습관화되면서 자연스레 일과 후 모임은 줄어들었다. 퇴근 후 오롯이 내 시간을 쓸 수 있으니 좋기도 하다만 도통 상사에게 어려움을 토로할 자리는 찾기 힘들어졌다.

세계적으로 중대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계기로 미래 환경과 행동 양식은 변화한다. 이미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대한 분석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게 될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여하튼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올 변화에 대한 심리적 준비는 개인의 몫일 것이다.

새삼 으레 습관처럼 해왔던 일상의 변화가 우려스럽다. 그저 사회 구조적 변화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박승관. (2011). 한국 사회와 소통의 위기: 소통의 역설과 공동체의 위기. 한국언론학회 심포지움 및 세미나, 93-106.

2. 이범준, & 조성겸. (2014). 사회적 소통의 진단 방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 언론과 사회, 22(2), 111-149.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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