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⑫

퉁퉁 부은 얼굴로 전신에 온갖 종류의 관들을 꽂고 있는 딸아이의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퉁퉁 부은 얼굴로 전신에 온갖 종류의 관들을 꽂고 있는 딸아이를 보는 순간 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2015년도 여름방학이 막을 내린 개학 첫 날, 임산부였던 나는 갑작스런 하혈로 산부인과에 갔고 급기야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같은 일로 3번이나 입·퇴원을 반복했는데 입원 중이던 임신 35주차의 어느 날 밤에는 심한 출혈로 분만실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담당의사는 36주에 제왕절개를 하자고 권유했다. 태아의 무게가 2kg도 안되던 시점에서 우리 부부는 고심 끝에 퇴원을 결정하고 한 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을 선택했다.

매주 원거리를 다니며 진료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별 탈 없이 출산예정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의사의 제안으로 예정일 다음 날로 유도분만을 예약했다. 돌이켜보면 나와 의료진은 준비가 되었지만 뱃속의 태아는 아직 아니었던 것 같다.

자궁수축제와 물리적 자극에도 태아는 더 이상 골반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태아 심박동수가 떨어졌다 회복되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응급 제왕절개술 동의서를 받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의료진은 결국 4시간 반이 지나서야 응급수술을 결정했다.

오붓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출산을 원하며 선택한 20여만 원의 가족분만실이여 안녕! 12시간쯤 되는 진통을 충분히 겪고도 자연분만에 실패하여 제왕절개를 해야 하다니 오 신이시여~

회복실에서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내 머릿속은 온통 아기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마취가 덜 깨 의식이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와중에 나는 겨우 간호사를 불렀다. 그러나 아기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병실 올라가서 물어 보세요가 전부였다.

회복실을 나가서 만난 남편은 대답을 미루다 병실에 도착해서야 아기가 3.21kg으로 태어났고 처음엔 잘 울었으나 이후 호흡이 잘 안 돼 신생아 중환자실에 갔다고 말해주었다. 최악의 상황까지 설명 듣고 동의서란 동의서에는 모두 정신없이 서명을 마친 남편은, 그 와중에도 나에게 보여줄 거라며 사진을 찍어왔다.

세상에! 나의 소중한 첫아기 쑥쑥이(태명)가 퉁퉁 부은 얼굴로 전신에 온갖 종류의 관들을 꽂고 있는 사진이었다.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순간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축하받아 마땅할 그 시간, 그렇게 나의 눈물은 시작되었다. 더불어 병실에 올라오면서 무통주사(PCA)가 끊어지는 바람에 배를 가른 고통을 생으로 이겨내야만 했다.

친정과 시댁, 직장에 출산 소식을 전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때에도 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 뱃속을 떠난 아기를 만나지도 만져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슬펐고, 끊임없이 아기가 걱정되었다.

입원기간 동안 매일 중환자실 면회시간만을 기다렸고, 아기를 생각할 때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문을 들은 수간호사가 걱정이 되어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고가의 약제 덕에 아기는 이틀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황달, 전해질 불균형, 구토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여 부모의 애를 태웠다.
고가의 약제 덕에 아기는 이틀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황달, 전해질 불균형, 구토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여 부모의 애를 태웠다.

고가의 약제 덕에 아기는 이틀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황달, 전해질 불균형, 구토 등의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고 우리는 그런 아기를 병원에 맡겨둔 채 조리원으로 옮겨 가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산후조리도 제쳐두고 오후 면회시간마다 아기에게 엄마의 온기를 전해주기 위해 달려갔고, 남편은 퇴근 후 저녁 면회시간마다 아기를 만나고 왔다.

이렇게 우리는 아기에게 최대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와 기운을 전해주고자 노력했고, 4일 뒤 드디어 퇴원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졌다.

며칠째 비어 있던 조리원의 아기바구니에 김다은, 최윤애 아기명찰을 단 귀여운 새 식구가 이사 왔다. 그때서야 나도 다른 산모들과 웃으며 출산에 대한 경험과 아기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제 아기는 지금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어요하며 눈물을 훔치던 그 산모가...

세상에는 행복과 축복이 가득한 임신과 출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임신과 출산도 있고, 때로는 중간에 잘못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위험과 고비가 도사리고 있는 임신, 280일의 여정.

출산율이 낮다며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태아와 산모의 생명과 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된다고 생각했던 내 첫 아기 김다은. 방임하거나 강압적이지 않게 민주적으로 키우자고 다짐했던 나. 그런 아이에게 나는 오늘도 무수히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했음을 진심으로 반성한다.

내일 또 그런 실수를 반복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은 오직 한 가지만 기도할 것이다. 우리 다은이가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