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반경을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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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반경을 넓혀라.
  • 서산시대
  • 승인 2020.05.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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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㉘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를 두다 보면 대국자의 평소 성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 역으로 대국자의 성격을 알면 장기 기풍이 어떨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성격이 급한 대국자는 포진이 갖추어지기 전에 차를 진출시켜 기물 교환을 시도할 것이다. 공격성이 강한 대국자는 수비는 개의치 않는다. 무작정 기물을 잡고자 핏발 선 눈으로 기를 쓸 것이다. 조심성이 강한 대국자는 좋은 기회를 잡았는데도 역공을 당할까 봐 수를 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대국자는 수비 위주의 장기를 둔다.
조심성이 강한 대국자끼리 장기를 둔다고 해보자. 어떻게 될까? 장기 한판을 두는데 한 시간은 기본이다. 조심성이 지나쳐 기물 교환을 피할 뿐만 아니라 상대 대국자가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공격하기도 어렵다. 상대방이 수비를 완벽하게 해 놓은 상태에서 섣불리 본인의 기물이 껴들어 공격했다가는 희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수비형 장기를 두는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대국을 이끌어가는 것이 유리할까? 안마당을 넓혀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작전 반경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졸(병)의 진출을 통하여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물론 장기는 바둑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땅이 넓다고 하여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 기물을 잡아야 이긴다. 하지만 졸(병)이 진출하여 영역이 넓어져 기물이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다. 그만큼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은 응축되고 움직임이 매우 둔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군다나 졸(병)이 밀고 올라오면 그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졸(병)은 발이 느리지만 공격력은 차(車)에 뒤지지 않는다.
오늘 소개할 실전보가 그러한 경우이다.


<장면도-1>을 보자. 진출한 초의 졸 위치를 잘 보자.

<장면도-1>

초의 좌진졸과 중앙졸이 한의 5선까지 진출해 있는 상태이다. 서로 수비 위주로 대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침투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물을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살펴보면 질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의 진출한 졸들에 의해 한의 좌진상, 좌진마, 중앙상이 위협받고 있고 차를 비롯한 기물의 움직임이 여의치 않다. 한(漢)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둘 것이 없다. 초는 안마당이 상당히 넓으므로 좌진차와 마와 포를 활용하여 서서히 공격을 시작하면 대국은 순식간에 초 진영으로 기울 것이다.


<장면도-2>를 보자. 초진영의 중앙졸을 유념하여 보자.

<장면도-2>

단순히 합졸한 졸에 불과할지라도 위치로 본다면 상당한 가치가 있다. 이 양졸에 의해 한의 궁성 내에 있는 포, 상, 그리고 마까지 꽁꽁 묶였다. 궁성이 매우 다급한 상태이다. 그러나 한은 마땅한 수단이 없다. 더군다나 한은 병이 3개에 불과하여 초의 진출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겠다. 안마당을 보기 바란다. 한은 둘만한 기물이 그리 많지도 않고 마땅히 기물이 움직이기에 좋은 위치도 없다. 그러나 초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는 초가 재빨리 졸을 진출하였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장면도-3>을 보자. 역시 초의 우진영 졸들을 유념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