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은 띄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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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은 띄우지 마라
  • 서산시대
  • 승인 2020.05.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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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㉗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필자가 늘 강조한다. 장기는 단순히 점수의 싸움이라고 볼 수 없다. 기물이 아무리 많아도 궁(왕)이 잡히면 그것으로 대국이 끝난다. 바둑은 집수를 헤아려보고 승패를 결정짓지만 장기는 왕이 잡히면 승패가 그 자리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왕의 가치는 다른 기물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왕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가끔은 그러한 사실을 망각한다.
여러분들은 소중한 보물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본인만 아는 장소에 깊숙히 숨겨두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장기에서 왕(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한편 왕은 궁성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으므로 숨겨 놓을만한 장소도 제한적이다. 어디가 가장 좋을까? 궁성 맨 아랫선(1선)이 가장 좋다. 아랫선(1선) 가운데일지 좌우일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랫선(1선)이기만 하면 보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왕이 움직여 멍군을 부를 수 있는 빈 칸 하나를 만들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중간선(2선)은 어떨까? 여기도 괜찮다. 상대 포, 차의 공격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상대의 공격에 비교적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궁성 수비가 싫은 대국자는 2선에 놓아도 좋다.
마지막으로 가장 윗선, 즉 상단(3선)에 있는 궁은 어떨까? 좋을 리가 없다. 수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단에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상대 기물을 잡기 위해서겠지만 모양을 헤아려보면 절대 좋은 것은 아니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 소개할 기보는 아마 유단자 대국 중 왕(궁)이 상단에 붕 떠 있는 기보이다.


<장면도-1>을 보자. 장기판에 직접 놓아볼 필요는 없다.


<장면도-1>

한의 궁을 보도록 하자. 궁이 상단에 붕 떠 있는 장면이다. 직감하겠지만 모양이 매우 안 좋다. 이유가 뭘까? 첫째, 궁이 내려갈 수가 없다. 초의 차가 72에서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 사(士)가 52로 갈 수 있지만 여전히 한궁의 위치는 좋지 않다. 둘째, 한의 우상을 보라. 초차에 막혀 진출이 불가능하다. 더불어 한의 좌마, 차까지 묶였다. 이래서는 한이 둘만한 게 없다. 초는 포를 이용하여 붕 떠 있는 궁을 공략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초포로 한궁을 공격해도 특별히 수비할만한 기물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한포로 수비를 해야 하겠으나 한포가 가야 할 위치에 이미 한궁이 가 있다. 이러한 기물 배치는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장면도-2>를 보자. 역시 장기판에 놓을 필요는 없고 기보를 보자.

<장면도-2>

필자는 이 기보를 보는 순간 초가 이겼다고 판단하였다. 한궁이 상단에 붕 떠 있고 사(士)가 없기 때문이다. 한궁이 내려간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물론 한이 차(車)가 하나 더 있으나 그것뿐이다. 초는 서서히 포(包)로 한궁을 공격하면 승국을 이끌어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면도-3>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