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약사의 「약」이야기-46
꾸준히 복용하면 좋다...수술·발치 전에는 잠시 복용 중지할 것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최근 지인이 만만치 않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생활과 병행해야 하고 공부량 자체가 많은 시험이라 수험 생활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운도 좋아야 한다. 과년간의 자료를 보면 단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실력과 운 모두 따라주어야 합격이 가능하다.

사실 대부분의 시험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겉으로 드러나는 실력 차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빙산의 한 귀퉁이만큼만 보인다. 그러나 수면 아래 빙산은 차이가 크다. 그 빙산이란 수험 준비 기간이나 학업적 끈기, 태도를 말한다.

성적을 가장 올리기 쉬운 구간은 중위권이다. 이 수준의 실력을 갖춘 수험생들은 투자한 시간만큼 성적도 비례한다. 노력만큼 성적도 정직하게 나오니 그만큼 힘도 난다. 그러나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노력만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

정체된 성적은 그대로이다.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시간을 투자하여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이들은 외부 변수나 운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시험 날 몸의 상태와 실수 여부도 중요하다.

한편 실력과 환경 모두 갖추어져도 합격자는 적다. 불합격자들은 다음 기회를 노린다. 또 실패한다면 다음 기회에 재차 도전할 것이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합격한다. 따라서 실력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졌다면 끝까지 도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이 같은 끈질긴 생명력이야말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판가름하는 근본적인 차이가 아닐까.

필자도 꾸준히 공부하는 이공계 분야가 있다. 이 분야는 수학 감각이 중요하여 대학 수학 중 난해한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마무리 짓기 어렵다. 이 분야에 처음 접하였을 때 갈피를 전혀 잡을 수 없었다. 수회 반복하여 공부하여도 여전히 어려웠다. 그러나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읽었다. 수십 회 넘게 반복하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긋났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하나하나 이해되었다. 이 폭발력은 대단하였다. 아귀가 맞은 모든 톱니바퀴는 일사천리로 작동하여 통합적인 지식을 끌어내었다. 비록 오랜 시간 필요하였지만 정말 질기게 공부한 결과였다. 뭐든지 끈질기게 하다 보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두드리다 보면 언젠간 열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약 중에도 생명력이 끈질긴 약이 있다면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도 임상에서 사장되지 않는 아스피린이다. 흔히 알고 있듯 아스피린은 진통해열제이다. 현재 시판되는 진통해열제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역사가 장구하다. 그러나 현대 약리적 기준에서 보면 부작용이 많아 더 이상 임상적 유용성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아스피린 제약사(바이엘)는 역으로 생각하였다. 부작용을 역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효능과 부작용(불원작용)은 상대적이다. 특정 약물의 효능도 관련 없는 질환에 쓸 경우 부작용에 불과할 뿐이다. 그 반대로 부작용도 특정 질환에 대하여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바이엘사는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역이용하였다. 그리고 아스피린은 생각지 못했던 목적의 의약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를 의약품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의 어떠한 부작용을 어디에 사용하였을까?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속쓰림 등의 부작용이 있다. 아스피린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위점막 등에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혈전이 생길 때 쓸 수 있다. 혈관 내에서 피가 굳고 뭉쳐져 막혔을 때 뚫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좁아졌던 혈관이 다시 열리고 뇌졸중과 심장병이 예방되고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그 효과는 입증되었다. 이외에 아스피린은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 치매 예방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스피린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효과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약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 혈전 예방 목적이라면 하루에 100mg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주의할 점 하나만 기억하자. 아스피린은 혈전을 예방하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지혈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술 바로 전이나 치과에서 발치 등의 치료를 받을 때는 적어도 1주일 전부터는 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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