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 비법-㉖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 대국자 초심자와 고수의 가장 큰 차이는 수읽기 수준에 있다. 보통 1, 2수 정도 내다보면 초심자이고 5수 이상 내다보면 고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초심자와 고수의 차이를 또 하나 집으라고 한다면 기풍 차이라 하고 싶다. 물론 대국자의 성격에 따라 공격형인지 수비형인지 기본적인 구분이 가능하지만 수비형이 좀 더 고수형에 가까운 기풍이 아닐까 싶다. 고수들은 공격보다도 모양을 중시하기에 수비를 먼저 견고하게 갖춘다. 공격은 그 이후에 시도한다. 이런 식으로 모양을 중시하다 보면 고수일수록 수비 위주의 장기를 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대국 장기를 보면 단시간 내에 승부를 결정짓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모양을 갖추어가며 명국을 남기겠다는 각오보다는 한방의 짜릿함을 추구하는 대국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수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역공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즉, 사생결단이다. 죽든지 말든지 끝장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 이래서야 좋은 기보를 남길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 소개할 기보는 유단자 기보인데 서로 사생결단을 내려는 각오로 대국을 치르고 있는 장면 몇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장면도-1>을 보자. 장기판에 놓을 필요는 없고 기보를 보도록 하자.

<장면도-1>

난장판인 기보이다. 일단 서로 잡은 기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초, 한진영 기물이 상대 진영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그러나 균형을 잃고 한쪽에만 치우쳤다. 침투하더라도 좌나 우 편중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요령이다. 우선 초 입장에서 보자. 차 2개, 상이 침투하여 입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 입장에서 보면 한도 만만치 않다. 차 2개와 포가 침투하여 뭔가 수를 내려고 애쓰고 있다. 보통은 한쪽에서 수를 내려 한다면 반대 진영에서는 방비하는 것이 요령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진영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누가 선수인지에 따라 이 대국은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사생결단인 대국인데 모양이 너무 좋지 않아 이러한 모양을 갖춘 대국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장면도-2>를 보자. 역시 장기판에 놓을 필요는 없고 기보를 보자.

<장면도-2>

이 역시 좋은 기보는 아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초가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는 있으나 이에 대하여 한이 대비를 하여야 하였다. 초의 공격에 대하여 한은 오히려 공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한이 약간 불리해졌고 단명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초가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공격 중인 기물의 짜임새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의 행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물 간의 연계 즉 유기적인 연결이다. 하나의 기물이 잡히더라도 다른 기물이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흩어져 있어서 다소 산만한 상태이다. 이러한 대국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서로 공격만 하다가 결국 모양을 그르친 모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장면도-3>을 보자.

<장면도-3>

역시 서로가 사생결단 국면이다. 초는 초대로 양상이 모두 진출하고 차도 모두 진출하였다. 그러나 공격이 쉽지만은 않다. 한 진영도 포와 차가 모두 진출하여 계속된 공격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이 대국은 비교적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큰 대국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양 진영의 기물 진출은 그다지 영양가가 없다. 아무런 의미 없이 진출하였다. 상만 보더라도 초나 한 진영 모두 잡히게 되어 있다. 서로 기세로 상과 차를 진출한 듯 싶다. 이러한 모양은 좋지 않다. 기물만 진출하였지 그 뒤 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물이 진출하였을 경우 계속된 공격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물 진출은 보류했어야 하였다.



★정리★
장기 대국에서 모양을 갖추지도 않고 사생결단식으로 진출하는 행마는 좋지 않다. 더군다나 상대 진영이 둔다고 해서 기세로 그런 식으로 두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다. 따라서 장기 초반에는 우선 수비를 통하여 모양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기물을 상대 진영에 진출시켰다고 해서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 서로 기물을 연계하며 공격해야 의미가 있음을 유념해야 하겠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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