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 ⑦

다은이와 다연 자매
다은이와 다연 자매

잠에서 깨 옹알이를 하는 첫째 다은이의 양쪽 귀 앞쪽에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깜짝 놀라 손수건을 물에 적셔 닦아 주었더니 긁은 흔적이 있었다. 생후 1개월에 태열(지루성 피부염)을 겪었던 첫째 다은이가 약 5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가끔 상처를 긁었고 같은 일이 한두 번 더 일어났으나 상처는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나았다. 후에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혹시나 음식 알러지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이상반응은 없었다.

다음 겨울이 왔을 때, 이번에는 오른팔 윗부분에 동그란 자국이 생겼다. 화폐상 습진이었다. 처음에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였던 것이 저절로 없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점점 커지고 있었다. 피부과에서 알러지 검사를 시행했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몇몇 처방된 연고가 별 효과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팔 아래쪽과 양다리에 발진이 생겼다. 그제야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동안 아토피를 의심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우유와 계란을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었다. 연수기도 설치했다. 수시로 로션을 덕지덕지 발라댔으며 무슨 생각이었는지 스테로이드 연고는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지역의 유명한 피부과에 갔다. 의사는 유아아토피가 성인아토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성장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고기, 우유, 계란 등 단백질을 제한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매번 멀리까지 와야 하는데 아이가 어려 쉽지 않다면 집 근처로 가도 된다고 권고했다. 고민 끝에 그러겠노라며 추천한 로션과 크림을 받아왔다.

봄이 되어 꽃가루와 황사가 기승을 부리자 아토피가 아이의 얼굴까지 침범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스테로이드 연고를 꾸준히 발라줄 것을! 그때는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아토피에 스테로이드를 계속 바르다가 아이의 피부가 두꺼워지고 혹여나 2차감염이 되면 어쩌나 두려웠다. 스테로이드를 먹는 것도 아니면서 나도 모르게 스테로이드 공포에 전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5월 시어머니의 환갑을 기념하여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23일간 아이의 가려움은 극도로 심해졌다. 나는 당시 아이의 상태를 고려해 스테로이드 연고도 챙겨가지 않았다. 아이는 자동차로 이동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긁어댔고, 나는 아이의 관심을 돌리고자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이가 긁지 못하게 말려야만 했다.

여행이 끝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위의 피부과에 다시 갔다. 당장에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 며칠만이라도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자 여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토피가 언제 좋아질지도 모르는데 평생 약 먹이실 거예요?” 의사의 표정, 말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친절한 말투가 진저리났다. 겨우 17개월 아기에게 평생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그 의사를 더 이상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집에서 15분 거리의 피부과로 이동했다. 여기서는 평소에 쓰던 것보다 강한 스테로이드 크림과 항히스타민제, 보습제를 처방해 주었다. 다음날 아이의 상태가 좋아져 항히스타민제는 2번 복용한 채로 폐기했다. 내 생각도 바뀌었다. 정상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싶어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발라주었다. 발진이 완전히 사라지면 스테로이드를 중단하고 다시 붉게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르기를 반복했다. 여름이 되면서 아이는 정상 피부가 되었다. 그해 겨울은 아토피가 살짝 올라올 때 바로 스테로이드를 발라 가볍게 지나갈 수 있었다.

피부과에서 추천한 로션을 포함해 아토피에 좋다는 보습제를 여러 종류 바꿔가며 썼는데 큰 효과를 경험하지는 못한지라 대중적인 유아 로션을 써 보기로 했다. 마침 세라마이드 라인이 출시되었다기에 바꾸기로 결심했는데 웬걸 그때부터 겨울과 봄이 되어도 아이에게서 아토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의외의 결과였다. 그동안 비싼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아이에게 맞는 로션은 따로 있었구나 싶었다. 참고로 달맞이꽃 종자유, 호호바 오일, 알로에, 소금물, 입욕제 등은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금도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지인의 자녀 또한 아토피에 의한 소양감으로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알러지 반응이 심해져 고기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하며, 해외 보습제와 입욕제를 사용하는데 그 비용만 한 달에 무려 40만 원 가량이라고 한다. 온 가족이 고통받는 아토피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또한 심각하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기 바라며, 혹여나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가 있는 분이 있다면 두려움을 떨치고 처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기를 바란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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