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㉔

장하영 장기프로

장기나 바둑 대국 중 무리해서 수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소위 묘수(妙手)를 찾는 것이다. 비꼬자면 일종의 ‘꼼수’이다. 묘수 단 한방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으니 좋아 보인다. 그러나 묘수는 없는 것이 좋다. 묘수를 냈다는 것 자체가 대국이 비세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면이 유리했다면 묘수를 찾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유리할 때는 대국을 묘수 없이 안정적으로 이끌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묘수는 재미있다. 평균적으로 한 판의 대국에서 묘수 2~3개는 나온다. 그러나 고수들의 대국에서는 흔치 않다. 묘수가 나온다면 정말 멋진 수가 나오니 고수들의 대국에서 묘수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묘수는 럭비공 같다.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나올지 도무지 예상하기 어렵다. 기존 틀에 구속되지 않고 의미가 없는 수순으로 보여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3수 이내의 대부분 수를 모두 생각해 보면 생각지 못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묘수를 유형화할 수 없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졸(병) 사이에 마를 끼우는 행마가 묘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이다.

다음 <시작도>를 보도록 하자. 장기판에 놓아보길 바란다.

이 기보는 아마 유단자 3, 4단의 대국에서 발췌하였는데 양쪽 장기 기력이 상당하다. 현 상황을 보자. 한이 모양상 약간 유리하다. 그러나 기물을 보면 한이 포 하나가 적고 상이 하나 더 많아 점수로 보면 한이 불리하다. 보통 이러한 모양에서 한은 우측 병을 합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뭔가 밋밋하다. 더 좋은 수는 없을까?

<진행도-1>을 보도록 하자.


 <시작도>에서...
  1. 한 68마 → 76
  2. 초 45차 → 75

68 귀마가 76으로 한병 사이에 끼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이다. 틀에 박힌 수에 익숙해진 대국자라면 언뜻 보기에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우측 병을 합병하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마의 위치가 절묘하다. 일종의 응수타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 64의 초상의 응수를 묻고 있다. 92로 후퇴할 것인지 45차로 한마의 멱을 막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만일 92로 후퇴할 경우 마는 84 초졸을 잡을 것이며 94졸로 마를 잡을 때 90의 한차는 92 초상을 잡으며 장군을 부를 것이다. 따라서 92상의 후퇴는 좋지 않다. 더군다나 기세의 문제도 있다. 한번 후퇴하기 시작하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는 45차로 75로 가서 마의 멱을 막을 것이다.

계속 <진행도-2>를 이어서 보자. 장기판에 놓아보기 바란다.


 <시작도>에서...
  1. 한 86병 → 85
  2. 초 84졸 → 85 한병 잡음
  3. 한 90차 → 94 초졸 잡음
  4. 초 85졸 → 86
  5. 한 66병 → 65
  6. 초 75차 → 76 한마 잡음
  7. 한 65병 → 64 초상 잡음
  8. 초 61사 → 62            
  9. 한 26차 → 22 장군
  10. 초 41사 → 42
  11. 한 22차 → 32  
  12. 초 33마 → 14

          
이 정도의 진행이 예상된다. 물론 이는 전반적 진행의 한 예시일 뿐이고 변화도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이 결과는 한이 좋은 모양이다. 우진 병이 한마를 위협하고 있는데 초는 방어할만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상이 초 양졸에 대하여 둘잡이를 노리고 있다. 초의 기물은 전반적으로 흩어져 있거나 위치가 좋지 못하다. 그러나 한의 기물들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맨 처음 양 병 사이에 마를 끼우는 묘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단순히 합병하기만 하였다면 대국 흐름상 끝까지 불리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대국이 불리할 때는 수읽기의 폭을 넓혀 많은 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리★
묘수를 내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국면이 불리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국 중 묘수를 낼 기회는 분명히 있다. 묘수는 일반적인 수읽기로는 내기 어렵고 둘 수 있는 모든 수를 고려해 보아야 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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