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⑥

자신의 라면 한가닥을 먹었다고 펑펑 울었던 둘째 다연이
자신의 라면 한가닥을 먹었다고 펑펑 울었던 둘째 다연이

눈물이 많은 내 두 딸의 역사는 엄마의 엄마와 그 엄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적 외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가 생각난다. 대문 앞에 서서 배웅을 하시던 외할머니께서는 어느 순간부터 멀어져가는 자식들을 뒤따라 오시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눈물을 훔치셨다. 가난한 시절, 거지에게조차 함부로 밥을 내주지 않고 상에 차려 대접하셨다는 그리운 우리 외할머니.

엄마는 그런 외할머니의 맏딸이다. 엄마의 눈물하면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떠오른다. 내 생애 처음으로 겪는 장례식이었다. 전부터 병환이 있으셨지만 초등학생인 나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때 엄마의 애절한 곡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아이고하는 곡소리가 얼마나 슬프고 크게 들리던지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울컥울컥 나 또한 울음을 토했다.

그리고 눈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자매들. 드라마 모래시계마지막 회의 재방송을 보던 날, 그날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던 우리는 휴지로는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각자 수건을 하나씩 손에 들고 TV 앞에 모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모두가 진지했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우리 자매들의 그 모습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함께 TV를 보다가 눈물이 날 것 같을 때, 살짝 언니들을 둘러보면 아니나 다를까 이미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아기는 출생 후 3개월쯤 지나야 눈물이 난다고 들었는데 첫째 다은이는 조리원에서부터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무척 놀라게 했다.
아기는 출생 후 3개월쯤 지나야 눈물이 난다고 들었는데 첫째 다은이는 조리원에서부터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무척 놀라게 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나의 눈물을 쏙 빼닮은 내 딸들.

아기는 출생 후 3개월쯤 지나야 눈물이 난다고 들었는데 첫째 다은이는 조리원에서부터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무척 놀라게 했다. 생후 4개월경부터는 낯을 가리는 동시에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는 가까운 가족조차 안으면 마치 기절할 듯이 울었고, 모르는 사람들과는 눈만 마주쳐도 울어대기 일쑤였다.

내가 둘째를 출산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나를 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혼자 숨죽여 흐느꼈던 큰아이. 그 모습을 보던 내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둘째를 출산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나를 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혼자 숨죽여 흐느꼈던 큰아이. 그 모습을 보던 내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둘째를 출산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나를 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탔던 큰아이 다은이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내 눈에서도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운전하던 남편은 아이가 우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렇게 숨죽여 울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도 가슴이 메어온다.

둘째 다연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순한 아기였다. 하지만 언니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걸까? 잘 놀다가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아주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다.

큰아이를 키워 본 나는 둘째는 키우기 쉽다는데 나도 좀 쉽게 키울 수 있겠지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기르다 보니 둘째 다연이가 한없이 어리게만 느껴져 밤낮으로 끼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엄마 껌딱지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나와는 한 몸이 되고 말았다.

다연이가 17개월이 됐을 때 나는 시간제보육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3일째 되던 날 아이와 10분간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데 그때 다연이는 내가 나간 보육실 문을 붙잡고 엄마를 외치며 10분 내내 절규했다.

그 소리에 나도 문밖에서 엉엉 울었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그날로 시간제보육은 중단했다. 그때 느꼈다. 아이에게도 엄마와 떨어지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생후 4개월경부터는 낯을 가리는 동시에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는 가까운 가족조차 안으면 마치 기절할 듯이 울었고, 모르는 사람들과는 눈만 마주쳐도 울어대기 일쑤였던 다은이
생후 4개월경부터는 낯을 가리는 동시에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는 가까운 가족조차 안으면 마치 기절할 듯이 울었고, 모르는 사람들과는 눈만 마주쳐도 울어대기 일쑤였던 다은이

나의 혈육에게 눈물이란 본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슬플 , 속상할 때, 서운할 때, 그리울 때, 안타까울 때, 아플 때, 힘들 때, 억울할 때, 기쁠 때, 감동할 때, 심하게 웃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우리 식구들은 수시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집에는 세 모녀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있다. 우리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아주 의아스러운 듯이 바라보는 광경이라니…….

나는 부디 올 한해만큼은 우리들의 눈물을 이해해주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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