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卒)이 느리다고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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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卒)이 느리다고 무시하지 마라.
  • 서산시대
  • 승인 2020.04.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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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㉒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시합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장기를 두다 보면 토끼와 거북이와 매치되는 기물이 떠오른다. 토끼는 기물 중 차(車)와 비슷하다. 움직임도 빠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물이다. 포(包)도 토끼와 비슷하나 하나의 기물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어떠한 기물과 비슷할까? 졸(卒)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필자도 그렇다. 졸만큼 느린 기물이 없다. 느린 대신 5개나 가지고 대국을 시작한다.
졸이 느리다 보니 졸을 쉽게 포기하는 대국자를 자주 보았다. 졸 하나 정도는 손해 보더라도 개의치 않는 대국자도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대국 태도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국 초반에 느리다고 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기물이 아니다. 후반으로 가면 어차피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기물은 상쇄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끝까지 남게 될 가능성이 높은 기물은 졸(卒)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00여 수 정도 진행되어 낱장기가 되면 졸이 꼭 2~3개는 남아 있다. 이때부터는 졸을 전진시켜 상대 진영 궁성에 침투해야 한다. 따라서 졸을 대국 초반부터 쉽사리 희생하면 안 되겠다.
오늘은 졸의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대국 후반이 아닌 초반에 왜 졸이 중요한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싶다. 장기판에 놓아볼 필요는 없고 눈으로만 보아도 쉽게 이해할 것이다.

<참고도-1>을 보자. 아마추어 유단자 간의 대국이다.


<참고도-1>

초의 졸과 차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실전에서는 그리 흔하게 나오지 않는 모양이지만 참고하기에는 좋은 모양이다. 한의 고등마에 초의 중앙졸로 위협한 모양이다. 한이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한마의 좌측으로 졸을 붙이니 한은 응수가 매우 곤란하다. 지금은 초의 중앙졸이 좋은 위치를 잡고 있어서 한이 마땅히 둘만한 수가 없다. 초의 약점은 우진차가 보완해주고 있다. 고등마 진출을 좋아하는 대국자가 있다. 그러나 무작정 진출했다가는 상대 졸의 역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졸은 발은 느리지만 2, 3수 정도 더 두면 상대 진영을 위협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으니 느긋한 성격이라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졸을 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다음 <참고도-2>를 보자. 이 역시 졸의 활약상을 지켜보자.


<참고도-2>

초의 중앙졸 위치(45)가 자랑이다. 이로써 한의 좌진상은 완벽하게 갇힌 셈이다. 그러나 의의는 그 이상이다. 초의 중앙졸은 좌진졸과 연계되어 있다. 이후 좌진졸이 전진하여 한의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놓아두는 것 자체로 이득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특별히 위협할만한 기물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 진영은 대부분의 기물이 답답해졌다. 초는 느긋하게 계속 졸을 전진시키기만 해도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초의 중앙졸에 의해 한의 상이 갇혔고 이를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니 이러한 모양에서는 꼭 외워두는 것이 좋겠다. 성급한 대국자는 중앙졸을 한의 상 하나 잡아 졸과 상을 교환하여 고작 1점 이득에 만족한다. 그러나 누차 얘기하였지만 장기는 모양 싸움이다. 유리한 모양은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것 자체가 이득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초가 유리한 모양을 지녔을 때는 다른 기물로 승부를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다음 <참고도-3>을 보자. 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모양만 훑어보도록 하자.

<참고도-3>
이 모양도 역시 초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에 있는 초의 두 졸이 요석에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 쌍졸에 의해 한은 초토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선의 한상은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좌변 상도 불안하다. 마는 어떠한가? 한마가 갈 만한 길은 졸이 즐비한 지뢰밭 길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니 한의 포도 자유롭지 못하다. 초는 면포로 장군을 쉽게 부를 수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진영은 일단 중앙 쌍졸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만일 34에 있는 졸이 35하여 잡기를 강요한다면 초는 교환하지 말고 지키거나 45의 졸을 한 칸 전진하는 것이 좋다. 한은 초의 중앙 졸을 풀기 위해 집요하게 늘어질 것이다. 초는 이에 말려들 필요가 없이 우진영 졸을 서서히 전진 시켜 압박해가면 충분한 우위를 취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리★
장기 기물 중 졸(卒)은 발이 느리기 때문에 대국 초반에 쉽게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국 후까지 남아 있는 기물이 졸이다. 종국에는 졸 하나가 포의 가치보다 더 큰 경우도 있다. 따라서 졸을 초반부터 희생해서는 안 되겠다. 졸을 서서히 전진시키면서 상대 모양을 무너뜨리는 전략이 주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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