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빵점엄마의 200점 도전기..⑤

첫째 다은이와 둘째 다연이 자매
첫째 다은이와 둘째 다연이 자매

첫째 다은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되던 날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을 초대해 간소하게 첫 돌을 기념했다. 돌잡이 순서가 되자 아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낯을 많이 가렸던 아이는 돌잡이 상에 놓인 물건조차 쉽게 잡지 않았다. 한참을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살짝 만져보던 아이는 드디어 결심했다는 듯 청진기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판사봉을 잡았다.

둘째 다연이가 첫돌이 되었을 때도 같은 식당에서 가족들과 간소하게 돌잔치를 치렀다. 신기하게도 다연이는 돌잡이 상에서 먼저 판사봉을 고르고 다음으로 청진기를 골랐다. 순서는 달랐으나 수많은 물건들 중 두 아이의 관심이 일치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과연 내 두 딸들은 어떤 아이로 자랄까? 장차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게 될까? 의료인, 법조인?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두 아이의 관심은 청진기, 판사봉과는 거리가 멀다.

내 두 아이들은 하루 종일 줄 세우기를 하느라 바쁘다. 등수나 성적 순으로 줄 세우기, 외모나 인기 순으로 줄 세우기, 연봉으로 줄 세우기 등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줄 세우기란 용어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흔히 겪는 줄 세우기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딸들이 벌이는 모습을 보고 예쁘거나 기발해서 감탄하기도 하고, 귀여워 혼자 미소 짓기도 하고, 때론 저걸 어떻게 다 치우나 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지금부터 아이들이 물건을 이용하여 창작하는 놀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형

둘째 다연이가 방에서 문을 닫고 기다리면 밖에서는 첫째 다은이가 문 열어주세요하고 외친다. 그러면 둘째 다연이는 ! 언니~” 하고 소리치며 문을 열어준다. 인형을 받아든 둘째 다연이가 이때부터 방안에 인형을 차례차례 놓아둔다. 서른 개쯤 되는 인형들은 놀이방, 아이방, 안방, 거실, 베란다를 순회한다.

역할극까지 깃들여 가며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인형들을 옮겨댄다. 인형들을 한 줄로 세우기도 하고, 눕힌 후 손수건을 가져와 덮어주며 재우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공간 위에 쭉 늘어놓기도 한다.

장난감

주방놀이 구성품과 꼭지 퍼즐, 낚시놀이에 있는 물고기 등의 작은 장난감을 활용한다. “맛있게 드세요하며 매트 위에 음식모형들을 차려 주고 쿠키 구워 줄게요하며 퍼즐판 뒷면에 꼭지퍼즐을 올리고 오븐인 양 책장 속에 넣는다.

책읽기가 끝나자 피곤한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책읽기가 끝나자 피곤한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첫째 다은이는 기어 다니게 되면서부터 거실에 위치한 책장에서 책을 무지막지하게 뺐고, 나는 그것을 제자리에 꽂느라 수고로웠다. 지금도 그 아이는 그림책을 한 권씩 빼서 다 읽으면 바닥에 하고 던지는데, 그 소리가 자못 경쾌하다. 그렇게 자신이 봤던 책이 쌓이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건 아닌가 짐작해본다. 둘째 다연이도 가끔 그렇게 언니를 따라한다.

아이들은 또 책을 늘어놓고 징검다리처럼 그 위를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전집을 빼서 같은 색으로 분류해 쌓기도 한다.

집안에 있는 캔 종류를 꺼내어 줄잇기 놀이를 했다.
집안에 있는 캔 종류를 꺼내어 줄잇기 놀이를 했다.

종이컵

처음에는 첫째 다은이가 옆으로 위로 여유롭게 쌓을 수 있었던 종이컵이었으나 둘째가 배밀이를 하면서부터는 첫째의 스피드 게임이 되었다. 둘째 다연이는 성처럼 쌓인 종이컵을 보면 성난 황소마냥 앞으로 돌진하려 했고 나는 다연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어야만 했다.

종이컵 성을 완성하면 첫째 다은이는 동생을 보며 호기롭게 외친다. “다연아 무너뜨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에서 놓여난 둘째 다연이는 종이컵을 향해 전진하고 마침내 종이컵은 와르르 무너진다. 이제는 둘째가 많이 커서 종이컵 쌓기는 둘이 함께 하는 재미난 놀이가 되었다.

블록, 볼풀공

첫째 다은이는 자석블록을 롤러코스터처럼 만들고 그 속에 장난감을 넣어 예쁘게 꾸민다. 둘째는 뱀이라며 자석블록을 길게 연결하거나 높이 쌓는 것을 즐긴다. 십자블록은 알록달록 색을 이용해 색깔별로 분류하고 커다란 바구니를 여러 개 꺼내어 볼풀공을 나누어 담기도 한다.

그 밖에도 놀이용으로 보관해 둔 곡물, 크레파스, 기저귀 등 줄 세우기에 활용되는 물건은 매우 다양하고 방법도 수시로 달라진다.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처음에는 많은 물건들이 꺼내져 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 광경을 보면 나무라기도 하고, 아이가 놀다가 조금만 틈을 보이면 얼른 놀잇감을 정리해 버리기도 했다.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줄 세우기를 하는지 알고 싶기도 해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첫째언니에게 자문을 구했다. 언니는 유아들이 흔히 하는 패턴놀이 같다창의적으로 꾸미는 것이니 창의적으로 커 갈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언니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나는 이왕이면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허용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자율적으로 정리를 잘 해주면 더 좋겠지만 둘이 또 저렇게 잘 놀아 주는 게 어딘가.

정리하자는 말을 빼 놓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놀기 시작할 때, 이제 나는 이렇게 외친다.

얘들아, 마음껏 놀아~”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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