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④

다은이와 다연이의 다정한 오후
다은이와 다연이의 다정한 오후

예닐곱 살 무렵 홍역에 걸렸다. 마침 모내기 시즌이었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홍역에 김빠진 사이다가 좋다고 하시며 엄마는 뚜껑 딴 사이다 여러 병을 내 머리맡에 놓아두셨다. 부모님과 가족들은 모두 바빴고 열에 들뜬 나는 낮 동안 혼자 너른 방에 누워 있어야 했다. 아픈 어린 딸을 두고 논에 나가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린 나는 땀을 흘리며 목이 마를 때마다 머리맡의 사이다를 따라 마셨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갑자기 한쪽 볼이 부어올랐다. 볼거리라고 했다. 학교에 빠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나는 아파도 부지런히 학교에 갔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1.5배는 더 부은 볼을 하고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밥을 먹었다.

며칠 후 앞자리의 친구가 볼거리에 걸려 결석을 했다. 내 뒤의 옆자리에 앉았던 남학생 또한 볼거리에 걸려 타지역인 포항에 있는 병원에 간다며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표현은 안했지만 나 때문인가 싶어 너무나 미안했다.

어느 날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옆 반 남자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볼치기에는 소똥을 바르면 낫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순진하게도 나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고 엄마를 보자마자 선생님이 하신 말을 전했다.

김빠진 사이다와 소똥이라! 요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다. 게다가 법정 제2군 감염병인 홍역과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에 걸렸다면 당장 등교 중지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으므로 완치판정을 받고 소견서를 제출 후 다시 등교할 수 있다. 그때는 어떻게 정상 등교가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지난날 나로 인해 피해를 본 두 친구에게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감염병의 역사에 우리 아이들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첫째 다은이는 26개월이 되던 201712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3주 후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렸다. 아이가 독감에 걸린 시기는 하필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였고,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전달해 주는 날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플루엔자는 법정 제3군 감염병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므로 아이는 등원할 수 없었다.

다은이가 처음으로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담임선생님과 상의 후 아이는 마스크를 쓴 채 어린이집 입구에서 겨우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돌발진, 구내염, 수족구병까지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괘씸한 요놈들은 비켜가지 않았다.

 

둘째 다연이 또한 23개월 인생에서 돌발진과 독감을 겪었다. 지난겨울에는 나에게 옮은 독감으로 입원신세까지 졌고 그 덕에 다은이는 엄마와 4일간을 떨어져 지내야 했다.

1026일생인 다은이는 그토록 거부하던 마스크를 두 돌 때부터 투정 없이 쓰기 시작했다. 생후 첫 번째 겨울에는 너무 어려 마스크를 쓸 수 없었고, 두 번째 겨울에는 마스크가 낯설고 불편한지 거부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그림책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친구들이 추운 겨울 마스크와 목도리, 장갑, 모자를 하고 있는 책을 보여주면서 자꾸 얘기하다 보면 분명 마스크를 따라 쓸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 예감은 적중했고 세 번째 겨울부터 아이는 자연스레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 다연이는 처음부터 언니를 따라 마스크를 잘 썼다.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가끔 낯선 어른들이 감탄하곤 했다. 지금은 어린아이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대부분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 혹시나 거부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림책이나 동영상을 활용한 방법을 권유해본다. 마스크 없는 일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꿈꾸며 모두의 건강을  기원한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