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깊이와 시기에 따라 후시딘, 마데카솔, 베아로반 계열을 선택하면 된다.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필자가 다녔던 초등학교(국민학교)는 집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딱 좋은 거리였다. 자전거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걸어서 등교하였다. 그러나 길가의 포장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지금이야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고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으니 넘어지더라도 다칠 가능성이 작다. 본인 또래 세대라면 어렴풋이 기억하겠지만 그 당시엔 시내(市內) 길을 시멘트로 포장하였다. 그 때문에 길바닥이 딱딱하였고 요철이 많아 날카로웠다. 넘어지면 피멍은 기본이고 망울에다가 찰과상, 열상까지 몇 겹은 견뎌야 했다. 고백건대 진정한 고통은 그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주사침 자체의 고통보다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더 무섭지 않던가. 동일한 이치이다.

어린아이들의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 발을 뗄 운동신경이 완벽하지 않아서니까. 특히 난 잘 넘어졌다. 그러다 보니 무릎이 많이 다쳤다. 무릎 겉 피부는 성할 날이 없었고 딱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방관만 하지 않았다. 빨간약(포비돈)을 계속 발라 2차 감염을 예방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 이러한 생활은 계속되었고 이후 차츰 잦아들었다.

그 당시에는 상처가 생겨도 특별히 바를만한 약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비돈과 바세린 정도였다. 그러다 80년대 후반에 상처 연고가 대거 출시되었다. 물론 개중에는 70년대에 개발된 약들도 있었다. 우리 동네가 시골이라 그런지 그런 약들을 구하기는 어려웠었다. 80년대 후반에는 TV CF가 유행하였다. 하나의 제품이 공격적으로 광고하면 반사적으로 다른 회사 제품도 반격한다. 소비자들은 즐겁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제품 속에 광고비가 포함되어있으니 그리 좋을 것도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친 TV CF 연고들은 마법의 약으로 보였다. 이제 상처가 나면 포비돈은 쓰지 않았다. 상처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마르기만을 기다렸다. 마르면 또 발랐다. 무진장이었다. 상처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피부가 쪼금 빨개져도 발랐다.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 다리에도 발라주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상처 연고도 수없이 개발되었고 약국에서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성분을 기준으로 나누어본다면 세 가지 계열 정도이다.

첫 번째는 후시딘 계열, 두 번째는 마데카솔 계열, 그리고 세 번째는 베아로반 계열이다. TV나 신문 지면에서 수도 없이 광고하고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선, 후시딘 연고는 항생제 연고이다. 따라서 상처가 났을 때 바르면 2차 감염을 예방하고 흉터를 억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역사가 오래되어서 내성균도 많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내성균이 무려 80% 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마데카솔은 항생제에 새살 촉진제가 배합된 연고이다. 주로 깊은 상처보다는 가벼운 찰과상에 사용되며 새살이 빨리 돋게 하는 성분이 있어서 상처 치료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베아로반(무피로신) 역시 항생제 연고이다. 이 연고는 병의원에서 보험처리 가능한 보험코드가 있다. 장점은 후시딘에 비하여 내성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름이 있는 경우에 쓰면 효과가 좋다.

그렇다면 상처 연고를 선택하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일단 서랍장에 있는 연고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일부러 살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연고부터 써보자. 물론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한다. 만일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가벼운 상처일 경우 후시딘 계열을 추천한다. 그 반대로 깊은 상처인 경우 베아로반을 추천한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기 시작했을 때에는 마데카솔을 추천한다. 이는 필자의 경험적 의견이니 자세한 사항은 단골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

사담을 하나 곁들인다.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은 항생제는 무조건 안 좋고 자연적으로 이겨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 그럴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항생제가 꼭 필요할 때에는 쓰는 것이 좋다. 항생제를 쓰면 쉽게 나을 수 있는 상처도 자연치료를 바라다가 오랫동안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상처가 났을 때는 소독약과 상처 연고를 통하여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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