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

장하영 장기 프로
장하영 장기 프로

장기의 패인 중 하나가 희생할 기회를 잡지 못해서다. 무슨 엉뚱한 얘기일지 궁금해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졸 하나를 상대 진영 상이 노렸다. 그러나 졸 위치가 좋기도 하고 마땅히 피할 곳이 없어 합졸하여 그 졸을 지켰다. 그런데 상대 진영에서 마로 다시 그 졸을 늘고 늘어졌다. 나도 피할 순 없으니 내 마로 그 졸을 지켰다. 다시 상대 진영 상이 포로 그 졸을 잡자고 늘어졌다. 나도 손해 볼 수 없다. 이번에는 차로 지켰다. 그런데 상대에서 그 졸을 차로 잡자며 달려들었다. 아뿔싸. 이제 그 졸을 지킬만한 기물이 없다. 그렇다면 그 졸 하나 손해로 끝날까? 일반적으로 그 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기 때문에 진영 모양이 헝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졸 하나 손해가 아니라 장기 전체의 패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장면은 장기를 두다 보면 흔히 보고 겪게 된다. 물론 궁을 빼면 기물이 15개에 불과하니 기물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옳다. 그러나 기물 하나를 살리기 위해 장기 전체를 망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살려내기 어려운 기물은 과감히 희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그 보상은 보통 기물의 좋은 배치와 모양또는 선수(先手)’였다.

오늘 소개할 대국은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모양으로 선택권은 초에 있다.

 

다음 <시작도>를 보자. 장기판에 놓아보기 바란다.

<시작도>

서로 포진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데 초의 면포 위에 마가 진출하였다는 점이 이채롭다. 보통은 상이 진출해야 상대 진영 병을 공략할 수 있다. 한은 우진차가 95로 진출하였다. 이 수의 의미는 거의 정해져 있다. 면포 위 54 중앙상과 연계하여 졸에 대한 둘잡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은 37졸을 노리고자 35로 갈 찰나이다. 초는 이에 대한 방비책이 필요한데 한이 선수라 생각하고 <진행도-1>대로 두어보도록 하자.

 

 <시작도>에서...
  1. 한 95차 → 35
  2. 초 10차 → 17
  3. 한 14병 → 15
  4. 초 30차 → 48
  5. 한 15병 → 17
  6. 초 17차 → 19
  7. 한 54상 → 37 초졸 잡음
  8. 초 27졸 → 37 한상 잡음
  9. 한 35차 → 37 초졸 잡음
  10. 초 57마 → 65
  11. 한 74병 → 64
  12. 초 65마 → 84 한병 잡음
  13. 한 37차 → 47 초상 잡음
 
   이로서 모양상 한이 유리하다.
       

수순을 외울 필요는 없다. 이해하도록 하자. 1수에서 한차가 졸을 노리니 초진영은 졸을 지키기 위해 2수에서 차로 지켰다. 그러나 한의 14병이 계속 전진하면서 차는 후퇴하게 되고 결국 한진영은 둘잡이에 성공한다. 초는 마로 한졸 하나를 잡기는 하나 한도 상을 또 하나 잡았으니 기물상 이득이다. <진행도-1>에서 16의 한병을 눈여겨보자. 두 수만에 초포까지 노릴 수 있게 되므로 초진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 할 것이다. 결국 졸 하나 살리고자 좋지 않은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시작도>에서 한의 응수에 초는 어떻게 응수하는 것이 좋았을까? 다음 <진행도-2>를 보자. 역시 장기판에 놓아보며 수순을 이해하도록 한다.

 <시작도>에서...
  1. 한 95차 → 35
  2. 초 37졸 → 36
  3. 한 35차 → 36 초졸 잡음
  4. 초 57마 → 65
  5. 한 53포 → 55
  6. 초 30마 → 48

  이로서 양진영 모양은 호각을 이루게 된다.

초진영은 37졸을 처음부터 희생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희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 칸 전진하여 잡기를 강요하였다. 한은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3수에서 초졸을 잡았을 때 57마가 65로 진출한다. 이는 아주 흔하게 나오는 수법이다. 졸이든 뭐든 상대 기물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수이다. 그러나 한도 준비된 수순이 있다. 5수에서 면포의 55로 진출이다. 이 수도 매우 좋은 수이니 외워두길 바란다. 이후 초는 30의 마를 귀마로 보내 진영 안정을 꾀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초가 기물 하나를 손해 보았으나 모양상 그리 나쁘지 않으므로 해볼 만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한 진영은 좌변졸이 약간 답답해 보인다.

 

정리

소탐대실이라고 하였다. 작은 기물 하나를 살리고자 하다가 대국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 기물 하나를 손해 보더라도 모양이 좋아진다면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다. 향후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는 당장의 기물 득실 계산보다는 모양 싸움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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