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백선, 무좀백선에 쓰인다
장기적으로 바르고 물기를 빨리 제거하는 게 좋아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필자가 고생했던 피부병 얘기를 꺼내 보자. 2 한여름 때였다. 어느 날 허벅지 언저리 피부가 가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초기엔 모기에 물렸을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물파스만 연신 발랐다. 이따금 무의식적으로 긁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가려움증이 계속되었고 병변 부위는 잇달아 퍼지고 있어서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병변 가장자리가 선홍색으로 빨개지며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하루 정도 지나면 자줏빛을 띠며 가라앉았다. 이때가 문제였다. 병변이 낫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위로 확산하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가라앉았던 부위에서 다시 돋아나기도 하였다. 산불이 났을 때 나무나 건물이 전소되어도 진화된 것은 아니다. 불이 휩쓸고 옆의 나무나 건물로 번져갔을 뿐이다. 산불 반경은 더 커지고 잔불도 남아있겠다. 그냥 놔뒀다가는 진화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 피부는 바로 그런 상태였다.

사실 피부질환 초기에 그 심각성을 잘 몰랐다. 물론 자연적으로 낫기만을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민간요법대로 소금물로 씻어보았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약국에 가서 연고를 구입하여 바르기도 하였다. 짐작건대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 계열 연고였을 것이다.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증상은 심했고 겨울이 와도 개선되지 않았다. 환부는 점차 커지고 있었고 가려움도 참기 어려웠다. 이제 엉덩이 주변까지 퍼졌다. 너무 가려워 가만히 앉기도 어려웠다. 특히 오른쪽이 심했다. 이런 식으로 거의 6년 가까이 만날 고생하며 보냈다. 한창 공부할 시기에 그랬으니 얼마나 괴로웠을지 독자들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다 어느 날이었다. 사촌 누나가 내 증상을 우연히 듣고 서산의 모 피부과를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 당장 내원하였다. 그리고 처방전을 받았다. 처방 명세는 항진균제였다. 아뿔싸. 내 질환은 피부백선이었다.

참 멍청하였다. 내 무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왜 병원에 방문할 생각을 진즉에 하지 못하였을까? 복용한지 딱 사흘 만에 차도를 보였고 보름 만에 피부가 말끔해졌다. 정말 신기하였다. 그렇게 6년을 괴롭혀 왔던 피부백선은 말끔히 해소되었고 여태껏 특별한 피부병 없이 잘 살아오고 있다.

항진균제란 진균을 잡는 약을 말한다. 그렇다면 진균(fungi)은 무엇인가? 쉽게 말하자면 곰팡이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무좀을 들 수 있다. 족부백선이라고도 한다. 피부에 생기면 피부백선이라고 한다.

항진균제 중 경구형 제제는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다. 일반의약품으로 연고 제제만 구입할 수 있다. 성분은 카네스텐(클로트리마졸), 라미실(테르비나핀)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다. 둘 다 성분의 우열을 따질 수 없다. 개인마다, 그리고 균종마다 약효에 대한 차이가 있으므로 하나를 선택하여 꾸준히 써보길 권한다. 차도가 없으면 다른 연고로 바꾸면 그만이다.

최근에는 마취성분을 배합한 제품이 나왔다. 무좀의 소양감(가려움증)을 신속하게 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소양감에 마취제를 적용하여 급한 불을 끄자는 생각인데 참말로 기발하다.

항진균제를 사용할 때 몇 가지만 유의하자.

첫째, 장기적으로 약을 써야 한다. 보통 1주일 정도만 써도 증상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이는 치료된 것이 아니다. 피부의 겉껍질(각질)에서 진균이 사라졌을 뿐이지 피부 깊은 곳에서는 진균이 그대로 남아있다. 따라서 진균 치료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둘째, 피부의 물기를 제거하자. 우선 잘 씻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몸의 찌꺼기들을 제거해야 균이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씻고 난 후 물기를 빨리 제거하는 습관이다. 진균은 따뜻하고 습기가 높은 곳을 좋아한다. 이러한 상태로 장시간 방치했다가는 진균이 쉽게 번식할 것이다.

셋째,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경구용 약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고 백선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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