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
독자 대부분이 알겠지만, 초가 선수효과만 잘 살린다면 먼저 공격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포진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칙 몇 가지만 지키면 된다. 그러나 이를 망각하고 본인의 생각대로 분별없이 두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망치는 대국이 종종 있다.
장기 대국 초반은 모양 싸움이다. 서로 포진을 갖출 때 최대한 좋은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모양이란 움직일 공간도 넓고 기물 간에 상호 연결되어 있을 때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기물들이 전반적으로 전진되어 있고 서로 쌍을 이루어 퍼져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차(車)나 포(包) 같은 시야가 넓은 기물들은 꼭 쌍을 이룰 필요는 없다. 자체적으로 독립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초가 대국 초반 선수효과를 살리지 못한 대국을 소개하겠다. 아마추어 1급 간의 대국으로 기력은 상당하다.
다음 <시작도>를 보자. 장기판에 놓아보기 바란다.
아직까지 양진영 서로 상쇄된 기물은 없는 상태이다. 모양을 비교해보자.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이 좋다. 그 이유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는 우진영 상의 진출 시기를 놓쳤다. 귀마형 포진에서 중앙으로 상의 진출은 거의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출할 수도 없고 초 진영 자체의 졸들에 의해 멱이 잡히게 되었다. 둘째, 초의 왼쪽 진영이 가볍다. 기물들이 전반적으로 우진영 쪽에 기울어져 있어서 옹졸한 모양이 되었다. 초는 언제든 왼쪽 진영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우진영에서의 움직임도 매우 둔하다. 셋째, 88의 초포가 85의 차에 의해 공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초의 88포는 함부로 68 귀포로 갈 수 없다. 넷째, 31 한차에 의해 36 졸이 위태하다. 다섯째, 44 한상의 16 진출로 초의 48 귀마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점수는 서로 동일하나 이 대국은 한이 승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한의 다음 수는 어떤 수가 좋을까? 실전에서 매우 잘 나오므로 알아두도록 하자.
그럼 다음 <진행도-1>를 보자. 그냥 눈으로만 보아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장기판에 놓아보며 그 수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연구해보아야 한다.
<시작도>에서...
1. 한 23포 → 53 2. 초 10차 → 19 3. 한 54상 → 77 4. 초 88포 → 68 5. 한 85포 → 89 장군 6. 초 60사 → 59 멍군 7. 한 89차 → 79
이로서 초진영은 기물이 꼬여 응수하기 곤란해졌다.
정답은 없다. <진행도-1>과 같은 수순도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순 하나하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23한포를 53 면포로 보내는 수순이 매우 적절하다. 이와 비교하여 83의 포를 53으로 보낼 수도 있겠으나 초의 오른쪽 진영이 꼬였으므로 83의 포는 그냥 놓아두는 것이 조금 더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 초진영에서 10에 있던 차를 19로 한 칸 올리는 수도 침착하다. 완착인 듯싶지만 만일 31차가 36졸을 잡는다면 47상이 64 한병을 잡아 맞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차는 마에 걸려 피할 수밖에 없는데 39로 가서 장군을 부르고 싶으나 이미 차가 9선에서 지키고 있으니 장군을 부를 수 없다. 이후 수순 3~7까지는 매우 상용적인 수법으로 거의 외워둬야 하는 수순이다. 한차 하나에 초의 마, 상, 사, 차까지 모두 걸려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한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되었다.
만일 <시작도>에서 초의 차례였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다음 <진행도-2>를 보자. 역시 장기판에 놓아보며 수순을 이해하도록 한다.
<시작도>에서...
1. 초 77졸 → 76 2. 한 85차 → 87 3. 초 97차 → 87 한차 잡음 4. 한 83포 → 87 초차 잡음 5. 초 47상 → 64 한병 잡음 6. 한 74병 → 64 초상 잡음 7. 초 56졸 → 46 8. 한 23포 → 53 9. 초 48마 → 56
이로서 양진영 간 중앙에서 대치를 이루고 있다.
수순 1에서 77졸을 한 칸 올리는 수가 좋다. 작전 반경도 넓히고 간접적으로 한의 차를 위협하는 수이다. 이에 한은 수순 2~4로 인하여 양차 간 교환을 한다. 그러나 초의 47상은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36졸을 포기할 수도 없다. 수순 5는 최선의 수순이다. 비록 1점 손해이기는 하나 모양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후 수순7이 매우 감각적으로 좋은 수이다. 쉬우면서도 대부분의 단점을 해소하게 되었다. 합졸하면서 한차의 진출을 막았다. 그리고 장군을 부르는 동시에 한상의 진출도 막고 있다. 더군다나 중앙에서 철벽을 구축하고 있으니 탄성을 자아내는 수라 할 것이다. 한은 23포를 면포로 보내고 초는 귀마를 고등마로 진출시켰다. 이 결과는 그나마 호각을 다툰다고 볼 수 있겠다. 애당초 초가 모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
장기 대국 초반에서 모양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후 대국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초가 선수효과를 살리지 못한다면 대국에서 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포진법을 익혀 공간을 넓히고 기물 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