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받아들이면 완전한 사람보다 ‘성숙한 사람’이 된다

열등감-욕심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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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⑦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경계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이룬 것 같은데도 여전히 부족하다. 소탈하고 장난기 많던 여고생은 간데없다. 직장생활도 어느덧 20년을 채워간다. 핀잔듣기 싫어 열심히 해왔던 덕일까.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빈틈없으려 최선을 다했다. 때문에 다소 까칠하고 상대하기 쉽지 않은 이미지가 되어있었다.

느지막이 학구열도 유난스럽다. 학사학위를 몇 개째 석사, 박사는 기본이다. 으레 나는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체력도 보통은 넘는다. 꾸준한 달리기 연습으로 이십대 부럽지 않다. 몸무게는 내가 기억하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애써왔다. 이제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나는 왜 아직도 허덜픈 것일까.

깊이 감춰둔 내면을 들여다본다. 사실 알면서도 자존심이 상해 애써 외면해왔다. 두려운 거다. 근사한 포장지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지 않고는 못 견딘다. 누구도 바라봐주지 않을 것 같은 존재감 없는 자신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서서히 열등감이 끓어오른다.

그저 보통의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길을 선택해온 내 자신이 한껏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기껏 차려입은 비단 치마가 무색하다.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 어떤 선택이든 거리낌 없었을 그들이 원망스럽다. 응석받이로 자란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취할 수 있었을 테니. 티 없이 해맑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공연히 거슬린다.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채찍질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자와 같은 심리적 현상을 겪을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부러움에서 귀결되는 심리적 현상으로 이는 콤플렉스로 발현되기도 한다. 부러움 자체는 내면에 계속 남아 ‘열등감’이라는 특성으로 대체된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W. Adler)는 인간은 누구나 열등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유는 모든 인간은 의존적인 존재로 태어나며, 불충분한 상태에서 삶을 영위해가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열등감은 쉬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방어기제로 변형되어 외부로 표출된다.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을 비하하거나 체념 또는 실망으로 표출한다. 또 다른 이는 보상적 우월감으로 변질되어 허세를 부리거나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방어기제가 어느 방향으로 표출되든 극단적인 두 케이스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필자의 어머니는 그런 내게 뼈있는 한마디를 하셨다. “대통령인들 부족함이 없겠느냐”라고. ‘돈오(頓悟)’의 순간적인 깨달음. 필자는 한순간에 번뇌에서 탈출했다. 순순히 열등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열등감에는 반전이 있다. 애초에 완전치 못한 존재로 태어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열등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 것이다. 오히려 열등감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내게 열등감이 없었다면 나 역시 지금껏 그저 해맑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로는 나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날로 성장해가는 자신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인간의 문화와 미래는 모두 열등감에서 기초하며 열등감은 인류 진화의 원인이다. 즉 우리가 열등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에 따라서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콤플렉스에 정면으로 대결하라. 드러내면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채워도 끝이 없음을 안다.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저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결국 벗어나지 못한 채 종신(終身)에 이르렀을 때 나는 ‘완전한 인간’이 아닌 ‘성숙한 인간’임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이희백. (2017). 열등 핵심감정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동서정신과학, 20(1), 119-137.

2. Ansbacher, H. L., & Ansbacher, R. R. (1956). The individual psychology of Alfred A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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