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엄마의 200점 도전기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3월이다. 5년간 육아에 전념하다 9월 복직을 앞두고 새학기에 맞춰 둘째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공중목욕탕에 가고 싶었다. 그동안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둘째 덕분에 그만한 시간이 없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강좌를 듣고 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육아지원센터에서 부모교육을 듣고, 시간이 된다면 뜨개질이나 미용기술을 배우고, 가끔 맛집이나 예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싶었다.

이런 소망을 갖고 있던 내게 코로나19가 소리쳤다. “이 사람아 나가긴 어딜 나가?”

유치원 진학 예정이었던 첫째와 어린이집 입학 예정인 둘째가 나와 한 몸이 되어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생활한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예정되었던 계획이 무너지고,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처음에는 참 막막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이런 생활도 한결 자연스러워짐을 느낀다.

코로나19가 곁에 오면서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로서 느낀 점이 참 많다.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6살 다은이와 3살 다연이

첫째, 다양한 놀이를 창의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52개월, 22개월 여아와 무엇을 하며 낮 시간을 보내야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을까?’ 괜한 고민이었나 싶을 만큼 아이들은 알아서 잘 논다. 인형과 장난감, 책뿐만 아니라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이 놀이 도구로 변한다.

물론 뒷정리를 함께 도와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잘 놀아주니 참으로 감사하지 않은가. 나는 콩, 미역, 밀가루, 국수, 점토 등을 이용한 촉감놀이, 물감놀이, 물놀이, 팬케이크나 쿠키 만들기 등으로 조금 거들 뿐 전체적인 리드는 52개월 아이가 알아서 한다. 택배를 이용하면서 생긴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화산놀이, 은박 보냉팩을 이용한 만들기는 최근 시작한 놀이이다.

둘째, 곁에 두며 조금 더 키울 수 있어 다행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첫째와는 달리 둘째에게는 지금이 매우 뜻 깊은 시간이다. 눈만 뜨면 언니를 찾고 언니의 모든 행동을 따라하면서 특히 말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놀다 보면 다툼도 있는 법, 양보를 할 때도 있지만 싸우기도 자주 하고 눈물도 많이 흘린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자매애는 더욱 두터워지리라.

두 돌을 못 채우고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 것이 많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곁에 두며 키울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평생 아이들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내게 또 주어질까?

셋째, 영양가 많은 음식을 직접 해줄 수 있어 아이들이 건강해졌다.

삼시세끼에 간식도 여러 번 준비하다 보니 나는 하루 종일 주방신세다.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시간이 상상이상이다. 식비도 많이 든다. 거의 매일 인터넷으로 먹거리를 주문하고 퇴근한 남편은 밤마다 근처 마트에 다녀온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들을 많이 먹다보니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에 포함되었다. 말라서 걱정이던 첫째에게 지금을 기회로 삼아 고기, 우유, 과일 등 영양가 많은 음식을 부지런히 먹였더니 고맙게도 녀석의 살이 점점 오르고 있다. 힘든 와중에 뿌듯함을 느낀다.

넷째,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우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주 1~2회 공동육아 하던 것을 중단하였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면서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이었는데 많이 아쉽다. 하지만 단톡방을 이용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응원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그 빈자리는 남편이 대신 채워 주어 예전보다 남편의 소중함을 더 많이 깨우치는 시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셋이 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환호를 하며 반긴다. 나에게만 의지하던 아이들이 아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나는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

 

제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또는 백신이 개발되어 이 생활이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자연스럽게 외출을 하고 친인척을 만나던 사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는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그 날을 기다리며, 또한 나의 자유를 그리며 3월을 견디어 본다. 아니 이겨내 본다.

 
보건교사 최윤애
보건교사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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