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경험에 맞추어 선택할 것
심장·혈관에 문제 있다면... 2세대 피임약 선택할 것
피부가 민감하다면... 3세대 피임약 선택할 것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생물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부터 부단히 호기심을 가져온 근원적 질문이다. 그 해답은 내 지식 그릇 속에서 수렴과 발산을 계속하며 진화하였다. 초등학생 시절엔 생명체를 밥을 먹고 움직이는 존재로 정의하였다. 그 나이대의 지식을 어우르면 누구든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의 깊이도 듬쑥해졌다. 그 본질에 시름겨워 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았다. 이른바 고독한 사색가였다. 생물학은 물론이고 철학, 물리학, 화학 지식과 경험을 총출동 시켜 답을 찾는 데 온 힘을 다하였다. 종교적이거나 교과서적인 식상한 관점은 피했다. 내가 직접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다 답을 찾았다.

내가 찾아낸 답은 하얀 종이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대관절 무슨 뜻이란 말인가? 애초 내 편견이 문제였다. 생물과 비()생물을 동류(同類)로 보지 않고 배타적 관계로 보았기 때문이다.

만일 생물을 비생물에 대하여 같은 위상에서의 순수 에너지 차이로 규정한다면 그 본질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물이란 엔탈피(에너지)의 순간적 응집체로 규정할 수 있다. 물리법칙을 따르다 보면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밀집될 때가 있다.

이때 그 에너지는 늘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된다. 엔탈피가 순간적으로 높아진 상태... 바로 그 순간이 생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때이다. 그 자체가 생명체이다. 이 시간은 우주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생명체가 변형하고 진화하는 데 충분하다.

에너지가 모이다 보면 공명(共鳴)현상이 생긴다. 따라서 생명체의 본질 중 하나는 주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몸이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도 주기적 현상이다. 이러한 주기성을 괴롭히는 외부의 침입자가 있다면 생명체는 이 리듬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술을 작동시킨다. 그 방어 장치가 실패한다면 생명이 위험할 것이고 성공한다면 생명 현상은 지속할 것이다.

우리 인체는 신체의 주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진화하였는데 그 특화된 대표적인 기관이 호르몬계이다. 호르몬이란 쉽게 말해 인체 장기의 작동을 통제하기 위해 분비되는 액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수면 주기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관여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인체의 신진대사와 관련되어 있다. 소변 배출에도 호르몬이 관여한다. 각 호르몬에 대하여 관계 약물이 모두 개발되었다. 이중 약국에서는 일반의약품 중 여성 호르몬제가 가장 흔하게 팔린다. 소위 경구피임약이라고 불리나 피임 목적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쓰인다. 주로 여행이나 시험을 앞두었을 때 생리 주기를 조절할 목적으로 쓴다.

경구피임약은 세대별로 구분하면 1, 2, 3, 4세대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부작용이 많아 쓰이지 않고 4세대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의약품으로 2, 3세대만 구입할 수 있다. 2세대(미니보라, 에이리스)3세대(머시론, 마이보라) 모두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배합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 경험에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세대별 부작용에 관하여 분명히 알고 가자. 2세대는 피부 문제, 이를테면 털이 짙어지고 여드름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3세대는 혈전 위험이 있어서 심장, 혈관 질환이 있다면 피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심장과 혈관은 튼튼한데 피부 문제에 민감하다면 3세대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피부에는 관심이 없는데 심장 또는 혈관에 문제가 있다면 2세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 시 주의사항 두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호르몬의 주기를 조절하는 약들은 꼭 제 시간에 맞추어 복용해야 한다. , 복용하는 시간대는 항상 동일해야 하고 오차는 최소로 해야 한다. 둘째, 여행 목적으로 생리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7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 예정일 바로 전에 복용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약을 챙겨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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