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즐기되 ‘메이트’ 찾기...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 인정

개인주의-집단주의가 조화로울 때 바람직한 사회 형성

출처: 네이버
출처: 네이버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⑥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고 하던가.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이 생기면 필자는 그것을 ‘즐기고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최근에는 나 자신이 달리기를 즐긴다고 세뇌시키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동은 필수임을 절감한다. 또 다른 이유는 직업상 주기적으로 체력테스트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이다. 후자가 더 솔직한 사정이다. 그 바람에 퇴근 전 달리기 연습은 필수 코스가 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날씨를 체크한다. 바람 한 점 없이 청명하다. 웬일인지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다. 컨디션도 그럭저럭하다. 나가지 못할만한 핑계거리를 찾지 못했다. 다음으로 함께 뛸 ‘러닝메이트(Running Mate)’를 찾는다. 나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러닝메이트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운 좋게도 필자는 오래된 러닝메이트가 있다. 그는 비슷한 속도로 달리지만 나보다 약간 뒤처져 달린다. 그런 그를 앞에서 리드하며 달리는 일은 제법 흐뭇한 일이다. 반환점을 돌아 지쳐갈 때쯤 뒤따라오는 그의 숨소리도 가쁘다. 나만 힘들지 않음으로 위안을 얻는다. 나는 목표점에 도달할 때까지 오로지 내게만 집중한다. 시간을 얼마나 단축했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사실 남을 신경쓸만한 여력이 없기도 하다. 반면 그는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바쁜 와중에 마주 달려오는 이들에게 하나같이 격려를 보낸다. 나보다 한참을 뒤처지기 시작했음에도 말이다.

삶을 마주하는 태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필자는 철저히 현대화된 인간형임을 자부한다. 쉽게 말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분명 다르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며,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행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외부 요소에 의해 개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반대한다. 개인주의의 흐름은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상 대체적으로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쳐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주의로 변화해왔다. 같이 하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다. 식당에 앉아 ‘혼밥’을 즐기는 것도 낯익다. 다른 사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사실 관심이 없다. 흔히 옆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알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나 홀로 문화’의 확산은 이제 필연일 터이니.

위연히(喟然-) 서글픈 마음도 인다. 간섭은 싫지만 끝내 혼자는 외롭다. 최근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고독지수’가 100점 중 78점에 달한다고 하였다. 고독감의 원인으로는 개인주의 심화가 62.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개인주의가 필연일지언정 인간은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업무를 하면서도 그와 나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는 조직의 목표나 비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 동료를 대함에 있어서도 함께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할 구성원으로 바라본다. 그의 중점 가치는 조직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반면 필자는 나 자신의 목표를 중시한다. 조직을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에 따른 보상의 크기를 셈한다. 조직이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나의 성장이 곧 조직의 성장이라 믿기 때문이다.

Hofstede(1980)의 가치 체계 이론에 따르면 개인주의와 집합주의는 목표의 우선성, 사회적 행동의 결정요인, 그리고 관계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개인주의-집합주의를 명확하게 단정 짓는 것은 어려우나, 개인의 사고, 행동 등을 결정짓는 요인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의 가치 체계를 가진 그와 나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이다. 온전히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나와는 다른 그가 새롭다. 힘든 내색 없이 묵묵한 그가 신통할 뿐이다. 오히려 다른 이를 독려하는 모습이 고무적(鼓舞的)이다. 분명 내가 앞서가고 있음에도 석연치 않다.

오늘도 어김없이 달릴 준비에 앞서 러닝메이트를 찾는다. ‘혼밥’은 즐기면서 고통분담을 함께할 ‘메이트’를 찾는 모순이 흥미롭다. 결국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그를 따라 마주 달려오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옳고 그름, 혹은 사회적 관계나 개인적 가치 체계는 논리나 이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터. 그 어떤 사회도 단일 이데올로기(Ideologie)로 구성될 수는 없다. 그와 내가 어우러지듯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조화로울 때 바랄만 한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1. 박혜경, & 김상아. (2018). 한국인의 문화성향에 관한 메타분석: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중심으로. 지역과 세계 (구 사회과학연구), 42(3), 5-37.

2. Hofstede, G. (1980). Culture and organizations. International Studies of Management & Organization, 10(4), 15-41.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