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 된 임상시험 있어 효과 없으면 끊고 물리치료 병행
근골환(양혈장근건보환) 임상효과 입증, 위장 자극이 덜해 꾸준히 복용하면 효과적
경구용 제제,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위장장애 올 수도...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단거리 달리기는 학창 시절 체육 과목의 단골 소재였다. 주로 100m 달리기로 기초 체력 테스트였다. 한껏 뛰고 나면 단순히 숨만 가빠지는 게 아니었다. 하늘이 노래졌다. 근육은 부들부들하고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심한 경우 이빨 통증도 생겼고 구토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뭐 때문에 그리 뛰었을까.

초등학생 시절에는 상품을 받기 위해서 뛰었다. 운동회 때 6인이 1조가 되어 운동장 반 바퀴를 돌아 순위를 매겨 1, 2, 3위까지 상을 받았었다. 상품은 공책과 연필이었다. 저학년 시절에는 상품을 받지 못하였으나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요령이 생겼다. 6학년 때 사력을 다해 3위를 하여 상품을 받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중학생 시절 이후에는 기록으로 남겨 학교 체육 실기 점수에 반영하였다. 내 최대 속도는 18초 초반대로 기억한다. 남학생 대다수가 14~15초대였으니 어지간히 느린 속도였다. 그렇다고 전력 질주할 수 없었다. 발목 관절이 삐끗하면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속력으로 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필자는 발목이나 관절이 자주 삐끗거렸다. 관절 사이 뼈가 닿아 느껴지는 시큰거림은 근육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빼버렸다. 그 정도면 그나마 나았다. 팔꿈치에 습관성 탈구가 있어서 한창 자랄 때까지 고생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이 튼튼해졌고 관절 문제도 개선되었다. 비단 필자만 그랬겠나. 탈구나 성장통은 대다수 아동들이 겪지 않았을까.

관절은 뼈와 뼈가 만나 근육의 수축에 따라 움직이는 매우 복잡한 구조물이다. 아동들이 성장통을 겪는 이유는 관절 조직 성장과 뼈의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인기에 이르면 관절은 상당히 단단하고 튼튼해진다. 탈구나 관절염의 가능성도 크게 낮아져 일상생활에서 관절염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장년기에 이르면 관절이 서서히 마모된다. 소위 퇴행성관절염이다. 이제는 삐끗거림이 아닌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심하게 진행되면 물이 관절 사이에 차서 관절이 붓게 된다. 주로 무릎이나 손가락 마디에 생긴다.

관절염, 특히 퇴행성관절염은 어떻게 치료할까? 손상된 연골을 정상적으로 바꾸어주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진행을 늦추거나 통증을 억제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일반의약품으로는 글루코사민, 콘드로이친, 근골환, 진통소염제를 예로 들 수 있다.

글루코사민은 관절 사이의 연골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으로 약이 아니다. 주로 게나 새우의 껍질에서 추출한다. 그러나 최근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있어서 그 효과에 대하여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단 복용해보자. 만일 효과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구태여 복용할 필요가 없겠다.

콘드로이친도 연골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으로 주로 상어 연골에서 추출한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자. 관절 구성 성분이니 관절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해외에서 이루어졌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 역시 일단 복용해보고 효과가 없다면 복용할 필요가 없겠다.

근골환(양혈장근건보환)은 한방의 원리에 따라 우슬, 당귀, 황귀 등 20종의 약제를 배합하여 만든 환제이다. 주로 관절 사이의 통증을 가라앉히는데 임상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위장에 대한 자극이 덜하여 꾸준히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진통소염제(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등)는 관절염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관절 사이의 통증을 낮추는 동시에 염증 자체를 완화한다. 이는 다시 외용제와 경구용 제제로 나눈다. 외용제로는 파스류와 겔(또는 연고)류가 있는데 그 효과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며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 꾸준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파스 자체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구용 제제는 복용상 편리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위장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임상 경험상 관절염이 있는 환자들은 진통소염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파스까지 덤으로 붙이는 경우도 흔히 보았다. 그러나 관절염은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약에만 의존하지 말자.

관절염 초기에 약물도 중요하지만 병원에 방문하여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이 심한 경우 전문의의 판단 아래 골절술, 인공관절 삽입 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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