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象)의 활용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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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象)의 활용과 가치
  • 서산시대
  • 승인 2020.03.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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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프로의 '장기(將棋)비법'-17
장하영 장기프로
장하영 장기프로

필자는 장기(將棋)를 초등학교 5학년 때 반 친구한테 배웠다. 흔히 말하는 ‘어깨 넘어’ 배운 것은 아니고 반공식적으로 배웠다고 할까. 그 당시 필자는 장기에 대하여 이상한 한문이 쓰여 있는 어른들의 놀이(잡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다지 배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장기판을 들고 오더니 장기를 가르쳐주었다. 그것도 무료였으니 운이 좋았다.
참으로 재미있었다. 상대방의 기물을 때려 잡아내는 게 통쾌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기물의 길을 익히느라 고생하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거만해졌다. 누구랑 두어도 절대로 질 것 같지 않았다. 정말 그랬을까? 아니다. 항상 졌다. 필자는 장기 한 수만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계산해보면 그 누구라도 3수 이내의 모든 수를 제한된 시간 내에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필요 없는 수순은 제거하고 7수 정도를 내다보고 둔다. 필자는 그런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후 여름 방학 때 이종사촌 형들에게 장기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매일 장기판을 들고 가서 하루에도 20판 넘게 두었다. 작전 만들기와 수읽기를 연습하였다. 처음엔 사촌 형들에 계속 졌으나 1개월 뒤 승률이 절반정도 되었다. 이후 필자에게 장기를 가르쳐주었던 그 친구와 장기를 두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가 계속 이겼다. 나도 놀랐고 친구도 놀랐다. 짐작컨대 그 당시 필자 기력이 갓 중급자(7~10급)에 입문하였던 듯싶다.
90년대 후반에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이 유행하였다. 이를 통해 전국의 장기 동호인과 장기 대국을 할 수 있었는데 우물 밖 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 고수들이 즐비하였다. 다양한 포진도 볼 수 있었다. 그분들과 장기를 두고 관전하면서 장기 기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그 당시 PC통신 대국을 통하여 전국에서 성적순으로 32명을 선정한 후 오프라인 장기대회에서 최강자를 가렸는데 필자는 16강(9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때 공인 아마 유단자 면허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장기 수 연구에 전념하였다. 장기 서적, 잡지(장군멍군, 폐간)와 기보들을 통하여 포진과 전술을 익혔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장기를 접기도 하였으나 승단 테스트를 통하여 4단까지 승단하였고 최근에는 프로에 입단할 수 있었다.
사실 필자는 장기 대국보다는 분석하기를 즐겨한다. 몇 해 전 기물의 가치를 분석해 보았다. 여러분들은 장기 대국 후반으로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기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호히 상(象)이라고 하겠다.
상(象)은 점수로 치면 3점에 불과하여 졸(卒) 2점에 비하면 불과 1점이 높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유동적으로 보아야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상(象)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象)의 행마 한방에 상대 궁성은 출렁거릴 수 있다.


<참고도-1>을 보자.

<참고도-1>

한의 44상이 초의 45졸에 의해 멱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이는 대국 초반에 자주 나타나는데 한이 초졸의 전진을 안일하게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이때 한상의 가치는 전혀 없다. 초 입장에서는 일부러 상을 잡을 필요도 없다. 차후 기회를 보아 잡으면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한은 초의 중앙 졸이 전진할 때 병을 진격시키거나 차를 중앙까지 진출시켜 초졸의 전진을 막았어야 하였다.


다음 <참고도-2>를 보자.

<참고도-2>

초상과 초차의 위치를 잘 보자. 상 하나를 들여 병 둘을 잡는 둘잡이를 시도하고 있다. 이 역시 초반에서 자주 나오는데 대국 초반 상을 이정도로 활용하면 본전은 건진 셈이다. 점수로도 1점 이득이지만 중앙 방어벽이 뚫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국 초반 상을 활용할 계획이라면 졸 둘잡이 정도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상은 발은 빠르지만 움직임이 가장 둔한 기물이라 지금처럼 4선에 방어벽이 있을 경우 궁성을 공략하기가 매우 어렵다.


<참고도-3>을 보자.

<참고도-3>

매우 극단적인 경우로 실전에서 간혹 나타난다. 양 진영 모두 졸과 병 대부분이 소진되었으나 한쪽 진영에서 상 둘이 살아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지금같은 경우 중앙 방어선이 없기 때문에 상이 뜨면 궁성이 휘둘린다. 한은 참기 어렵다. 이때 상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차(車)에 육박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 한 가지를 가져보자. 대국 초반에 상을 올리지 말고 1선에 그대로 놔두고 양쪽 졸과 병이 서로 제거되었을 때 즉, 대국 후반에 상을 올리는 수법은 어떨까?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중반에 상대 진영의 차나 마에 의해 상이 속절없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상은 초반에 진출하되 둘잡이가 아니라면 함부로 희생시키서는 안되고 특히 상대 졸(병)에 의한 희생을 조심해야 한다.



★정리★
상(象)은 참으로 묘한 기물이다. 초반에는 가치가 없어 보여도 후반에 갈수록 힘을 내는 기물이다. 그러므로 초반에 헛되이 희생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적어도 졸 둘잡이를 하던가 그렇지 않다면 대국 후반에 궁성을 흔드는 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 본 기보는 한게임 장기판과 장기알을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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