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그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자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청개구리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로 행동하는 그는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하는 말에는 무슨 오기가 발동했던지 곧잘 듣질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우리 부모님은 청개구리 엄마처럼 나를 반대로 키우셨다. 공부를 시키고 싶으면 공부하란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일찍 들어오길 바라면 일찍 오라는 말씀도 안 하셨다. 새삼 이런 부모님의 현려(賢慮)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은, 자유롭고 속박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시절, 한 친구가 넌지시 가출을 하자는 것이다. 한창 2을 앓을 시기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나는 그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모범생이기 때문도 아니었고, 두려웠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내게 집은 편안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구태여 가출할 명분이 없었다. 결국 그 친구는 행동에 옮겼지만 나는 응당 삼시 세끼 챙겨주고 따뜻하게 재워주는 집을 선택했다. 그 친구와 나의 차이점은 단 하나, ‘동기였다. 딱히 가출을 해야하는 동기가 내겐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그만저만한 아이가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유난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차별하는 수학 선생님을 만났다. 나는 또 무슨 오기가 발동했는지 그런 선생님에게 반항이란 걸 하고 싶었다.

수업시간에는 일부러 자는 척 연기를 했고, 그 시간이 지나면 오로지 수학에만 매달렸다. 그러다 돌아오는 기말고사에서 나는 당당히 1등을 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학생들을 차별했던 수학 선생님의 콧대를 꺾었다는 희열감을 맘껏 만끽했다. 중하위 성적을 함께 누비던 전우(?)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는 잠시 영웅 심리에도 취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공장 같은 교실에서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덧없이 느껴졌다. 길을 잃은 것이다. 수학 선생님의 콧대도 꺾었겠다, 이제 더는 자신을 움직일 원동력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 답을 인간의 내적 에너지 근원인 동기에서 찾았다.

자기결정이론(Edward Deci & Richard Ryan, 1975)에 따르면 동기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구분되는데, 여기서 자체에 흥미를 느끼며 결과와 상관없이 행해지는 것을 내재적 동기로 정의했다. 이러한 이론의 바탕에는 인간은 자기 결정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 심리적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외재적 동기는 행동의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그 가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 어떤 필요성 때문에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새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헬스장은 호황을 이룬다. 단지 운동 그 자체가 즐거워서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초에 헬스장을 찾는 대부분 사람은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재적 동기화가 발생했다면 이제는 내재화가 되어야 한다. 외재적 동기를 내재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형태의 동기화일 테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헬스장 벽면에 붙은 몸매 좋은 사람들의 사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며칠 전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생산부서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 업무 하나 더 할당하라는 것이었다. 그 직원의 반발은 심히 대단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동기부여가 없었던 것이다. 적당히 익숙해진 직장생활에서 더 많은 아웃풋(Output)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마땅히 필요했던 것이다.

곰곰이 그의 관점에서 생각해봤다. 승진은 진즉 이룰 만큼 이뤘다. 공무원 급여는 권한 밖이다. 그렇다고 연배가 오래된 그에게 20대의 순수한 열정을 요구할 수도 없다. 나는 그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졌다.

인간은 자율적 혹은 자기 결정적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는다고 느끼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부적응(不適應)적 행동을 나타낸다.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그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성인이 된 지금 대가 없는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집중해본다.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삼춘가절(三春佳節), 풋풋한 청춘을 지나 사순에 접어들 즈음 나는, 먼 미래의 찬란한 꿈을 스스로 꿀 수 있도록 멋진 동기부여를 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오롯이 내 편에 서 있을 부모님의 존재가 든든히 나를 지탱해주리라. 냇가에 부모를 묻고 하염없이 우는 청개구리 처지는 아니니 말이다.

 

참고문헌 1. 윤석범, & 이종건. (2017). LMX 와 조직시민행동의 관계에서 내재적 동기부여의 매개역할. 기업경영연구 (구 동림경영연구), 71, 1-17.

2. Ryan, R. M., & Deci, E. L. (2017). Self-determination theory: Basic psychological needs in motivation, development, and wellness. Guilford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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