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최근 들어 ‘내 삶과 일의 경계에서 나는 어떤 삶을 추구할까’를 곰곰이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내 패턴에서는 딱히 ‘아! 이거다’라는 게 보이질 않았다.

이건 아마도 사회적 시선으로 봤을 때 좋은 것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허전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을 무렵에 기쁜 소식이 전해들었다. 바로 ‘숲속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한 통의 문자였다. 그때부터 허전했던 마음이 보름달처럼 꽉 차오름을 느꼈다.

바쁜 와중에서도 즐거움을, 긴장된 속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해 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 ‘라이프 콜라보스타일’ 숲속 작은 음악회. 이것은 어쩌면 미국 사람들의 삶을 즐기는 방식인 ‘서너 명만 모여도 파티’라는 개념을 살짝 빌려왔다고나 할까. 단지 파트락 파티처럼 자신이 먹을 음식을 한 접시씩 가져가는 것 대신 참석 인원들끼리 회비를 각출하여 전달해주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집주인은 부담스럽지 않아 좋고 초대받은 사람은 당당히 함께 갈 수 있어 좋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석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흰색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오시되 여성분은 스카프를 하고 오셔야 합니다. 복장을 확인해 보세요”라는 글귀였다. 이것은 어쩌면 2월에 내리는 눈에 의미를 두어 붙여진 색상으로, 주최 측의 소중한 생각이 깃들어있기에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드디어 새로운 문화가 태동하는 순간, 그날 모임의 목적을 인지하고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사이 친근한 관계들이 형성되어 갔다. 다양한 음식들을 나눠 먹다가도 자기 차례가 되면 맘껏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 그러다 흥이 나면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기분 좋게 논다. 이것이 바로 작은 소도시의 새로운 문화 ‘숲속 작은 음악회’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서로들 덕담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새로운 문화 하나쯤은 만드는 것이 어떤가.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또 함께 보듬어야 할 사람은 보듬어야 하고, 함께 키워야 할 사람은 키워야 한다”라는 사회자의 말은 지금껏 뇌리에 남는다.

우리가 만난 그날, 일부 금액은 뜻있는 곳에 쓰일 예정이라니 이런 멋진 라이프워크가 또 어디 있을까.

두 달에 한 번씩 개최할 거라는 ‘숲속 작은 음악회’는 다음 달 4월 어느 봄날에 ‘따뜻한 봄의 향연’으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세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 ‘숲속 작은 음악회’. 함께한 이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는 이런 소소하고 행복한 문화가 서산에서부터 자리 잡기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서로 힘들 때 힘을 낼 수 있는 격려의 장으로, 긴장된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한 템포 느리게 가라는 쉼의 여유로, 외로울 때는 서로 지팡이가 되어주는, 사랑으로 다가오는 ‘뉴라이프 콜라보스타일 숲속 작은 음악회’가 적어도 내겐 그랬다.

인생은 단순히 즐기는 것만이 아닌 ‘자기다움’을 드러냄으로써 행복을 찾게 한다는 것과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파티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자기를 실현한다는 진정한 삶의 방식을 가르쳐 준 숲속 작은 음악회. 나는 이런 음악회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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