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염, 가려움, 콧물 외 쇼크 등 위급할 때도 항히스타민제...매일 복용해도 내성이나 중독성 나타나지 않아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힘겨우면 어린 시절을 상기한다. 의외로 다부졌던 내 모습이 기억 한 편에 서 있으니 괜한 짓은 아니다. 그 기억들은 내 삶의 열쇠로 작동하였다. 오랜 기억일수록 좋다. 지그시 눈을 감고 기억을 들이민다. 툴툴거리지 않는다. 느긋하게 시간의 기억을 주마등으로 훑어낸다. 어림하면 5세까지 기억할 수 있다. 독자들은 언제까지 기억할까.

유아 시절 강렬하였던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장날이었는데 엄마 찾아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고 헤맸던 기억. 할아버지 따라 경로당에 다녔던 나날. 마당에서 흙 놀이했던 추억. 이불 속에서 뒹굴다 벌에 쏘였던 기억.

특히 벌에 쏘였던 통증은 몹시 강렬하다. 단순한 따끔거림이 아니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었다. 쏘인 이후 친척 누군가의 등에 업혀 한참 동안 울었다. 그때 발랐던 약이 빨간 약이었는데 짐작건대 포비돈(머크륨)이었을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포비돈은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상처는 물론이고 벌레에 물리거나 피부염이 생기면 마구마구 쓰였다.

유아였던 필자의 눈에는 물감처럼 보여 심심할 때마다 놀이 삼아 바르기도 하였다. 요즘 아이들도 캐릭터밴드를 장난감처럼 아무 데나 붙인다고 하니 세대가 변해도 아이들의 정서는 그대로인가 보다.

이후 벌에 쏘였던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일 다시 벌에 쏘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한 부위에 쏘이지 않으면 그냥 놔두어도 자연적으로 낫는다. 통증이야 참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쇼크 등 위급할 때는 약을 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선택할 약물은 단 하나인데 항히스타민제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임상적인 용도가 다양하여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약효의 원리는 동일하다.

히스타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인데 알레르기 반응과 위액 분비와 관련이 있다. ()에서 히스타민이 다량 분비되면 위산도 늘어나 속 쓰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피부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피부가 빨개지고 붓고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의 증상을 생각하면 된다. 만일 코점막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콧물이 줄줄 흐를 것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뉜다. 첫 번째는 H2 길항제(시메티딘)라고 하여 위액 분비를 억제한다. 두 번째는 H1 길항제라고 하는데 콧물, 천식, 피부 가려움 등을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H2 길항제는 위장약이라고 부르지 항히스타민제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천식, 피부염에 쓰이는 H1 길항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항히스타민제는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되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1세대는 개발된 지 오래되었다. 약효는 좋으나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여 졸음(진정작용)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한 약물이 2세대 약물인데 흔히 알고 있는 세티리진(지르텍) 성분이 여기에 속한다. 약효 지속 시간도 길어 하루에 1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2세대 약물의 대사된 형태의 약물로 작용 시간이 더더욱 길고 효과도 더 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2세대에 비해 임상적으로 그 장점을 느끼기 어려워 구매 빈도가 그리 높지 않다.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하는 항히스타민제는 대부분 2세대 약물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항히스타민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경구제와 외용제로 나누어 생각하자. 모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느껴지는 가려움이나 통증은 국소적 반응이기 때문에 신속한 외용제를 쓰는 것이 좋다. 당장 가려운데 약을 먹고 2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복숭아, 돼지고기, 옻닭 등을 먹고 전신적인 가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때에는 경구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머리 염색 등 알레르기가 예상될 때 예방 차원에서 미리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약물과는 다르게 항히스타민제는 내성이 없다. 수십 년 동안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복용하여도 내성이나 중독성이 나타나지 않으니 약 성분을 바꾸거나 증량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요할 때에는 항히스타민제를 꼭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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