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림 시인
김명림 시인

 

바람이 차다. 오늘같은 날은 정호승 작가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읽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문득 6년 전 오늘, 그 분의 강연을 들으며 가슴이 뛰었던 날이 생각난다.

강연 시간이 아직 20분 정도가 남았는데도 서산문화회관은 이미 600석이 넘는 좌석이 강연을 들으러 온 시민들로 꽉 차있었다. 솔직히 문학 강연이라 빈 좌석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자막으로 정호승 강사님 소개와 함께 Semino Rossi가 부른 Solo Hay Una Para Mi (오직 나만을 위해 있어주오)가 흘려 나왔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음악이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였다. 정호승 강사님은 살아오면서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시와 노래라고 하였다.

인생에는 큰 비밀이 있는데 바로 ‘사랑’과 ‘죽음’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즉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되돌아 왔을 때 바로 여행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죽음의 여행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으므로 삶의 여행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찾아서 여행하는가? 사람의 마음속을 찾아서 여행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

사랑이란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 사랑한다는 거,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 중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 속에는 사랑의 본질이 다 들어 있다. 강사님의 92세 된 노모가 계시는데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긍정적 만만에서 오는 어머니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하였다. 신의 사랑에는 모성적 측면이 있다. 어머니의 사랑 속에는 희생이 있다.

용서의 본질은 첫째 용서하겠다는 결심 둘째,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살길 바라는 거,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미움과 증오도 필요하다. 별을 바라보기 위해선 캄캄한 밤, 어둠이 있듯 미움과 증오가 있어야 사랑도 있다. 중요한 것은 관점에 있다고 했다. 나는 너를 미워하는 것과 나는 너를 덜 사랑해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한 가지를 용서한다면 나는 열 가지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했다.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 이란 그림을 이야기했다. 작은아들은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해서 그 돈을 모두 허탕 방탕하게 써버렸다. 그해 흉년이 들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작은아들은 돼지치기를 하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의 손을 보면 힘없이 아들을 감싸 안고 있다. 아버지의 손은 서로 다름을 볼 수 있다. 왼쪽 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 손이고 오른쪽은 매끈한 여자의 손, 아버지의 강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모두 함께 가지고 있다. 그 안에 화해와 용서, 치유가 함께 담겨있다는 뜻이라고, 작은아들의 모습을 보면 샌들이 벗겨진 왼발은 상처투성이이고 오른발은 망가진 샌들을 걸치고 있는 아들을 감싸 안고 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 옆에 서 있는 큰아들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다. 모성과 부성은 모성을 바탕으로 형성, 사랑의 본성은 용서의 본질의 깨달음이라고 했다.

운주사 와불을 보고 와서 ‘풍경 달다’라는 시를 썼다고 했다. 와불은 사랑의 진정성과 깊이와 넓이 미소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바람과 풍경은 둘이 만나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으니 사랑하는 관계라고 했다. 안치환의 ‘풍경을 달다’라는 노래를 직접 들으니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별 노래’ 시에 대한 이야기, 20대 후반에 이 시를 썼는데 지금은 쓸 수가 없다고, 그것은 20대에 가졌던 순수하고 순결한 사랑의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가수 이동원에게 조건 없이 이 곡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판이 백만 장이나 팔렸다며 조건을 걸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며 웃었다. ‘이별 노래’를 눈 감고 들었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사랑하게 되면 상처를 입게 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입는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의 소중함을 알아야한다. 내 인생의 그늘, 그늘의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 나의 그늘이 가장 소중하다. 아내의 그늘, 자식의 그늘보다 나의 그늘이 소중하다는 강연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15분 정도면 강의가 끝날 것 같은데 내일 이사 준비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정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강연을 듣는 내내 누군가와 사랑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호승 시인님의 시, 노래들 부른 가수들의 매혹적인 목소리, 어느 순간엔 눈물이 핑 돌았다. 역시, 정호승 시인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앞으론 문학 하시는 분들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서산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