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일 작가와 귀농·귀촌 회원들의 미니솟대 이야기

귀농·귀촌 회장 유병일 작가
귀농·귀촌 회장 유병일 작가

# 말 머리에

서산시 해미면 분홍재길 91(홍천리)에는 군복무 시절, 총 대신 붓을 잡고 전사(戰死)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특이한 이력의 화가가 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산아라메체리농원’을 운영하는 귀농·귀촌 회장 유병일 작가다. 그는 지난 30여 년 이상 그림을 그렸다.

 

# 그를 만났다

유병일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촌로를 지나 오른쪽으로 작은 언덕이 나 있는 아담한 비닐하우스다. 그곳에서 서산아라메체리농장을 운영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솟대를 만든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그의 곁엔 낮은 하늘과 포근한 바람이 있었고 가시광선 사이로 보이는 체리농장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갤러리 문을 여는 순간 보였던 하나 하나의 작품들, 그들이 커플링이 되어 손님을 맞았는데, 그때 보였던 주인공의 환한 미소가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왔다. 그중에서도 이국적인 무용수 그림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말단직으로 회사에 입사하여 결국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이들 그림 속에 들어있다”고 애매한 설명을 해 주었다. “직장생활 38년 중 해외출장이 잦았고 그때마다 시간이 나면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화폭에 옮겨 놓았다. 이곳 체리수확장 안 갤러리에는 그동안 그린 작품 일부를 전시하였더니 좋아들 하신다. 저 그림도 그중 하나였다”고 작품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해 주었다.

 

# 우월한 유전자

언뜻 보기에도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화려한 천, 그것이 거슬린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그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딸이 버린다는 천을 가져다 덧댔다. 저 꽃 그림도 내가 그린 작품이었는데 어느날 딸이 컴퓨터에서 원단으로 프린팅하여 그것을 해외로 수출하더라. 여기있는 천들은 수출하고 남은 것들인데 그놈을 가져다 하우스 햇빛 가리개로 쓰고 있다. 보다시피 너무 화려해서 작품이 되레 죽는다. 그래도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현재 유병일 작가의 따님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섬유디자이너다. 얼마 전에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뉴욕, 파리, 런던 전시회에 부스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 미니솟대 전시회

그가 이번 ‘체험학습 재능기부 미니솟대 전시회’를 기획했다. 배경에는 농한기 회원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약 2주간의 수강으로도 벌써 초보 작가가 될 정도로 솜씨들이 출중했던 귀농·귀촌 회원들.

“만들기에 심취해 있는 회원들을 보면서 좋은 취미 하나 선물해줬다는 뿌듯함에 기쁘다. 어떤 분들은 창의력이 얼마나 뛰어나던지 창작도 하시더라. 봐라 기가 막히지 않나”라고 그는 손으로 작품을 가리켰다.

나무로 만들어진 솟대와 ‘부엉이가 방귀 뀌었다’는 작품부터 거북이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다양한 미니솟대 작품들.

 

# 승무에 빠지다

현재 그는 승무 그림에 빠져있다. “어느날 한풀이 춤을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조지훈 시인의 ‘승무’가 떠올려져 소름이 쫙 끼치더라.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정면을 등지고 양팔을 서서히 무겁게 올릴 때 생기는 유연한 능선하며, 긴 장삼을 얼기설기하여 공간으로 뿌리치는 춤사위. 그리고 하늘을 향하여 길게 솟구치는 장삼자락 등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비스듬히 내딛는 보법이며 미끄러지는 듯 내딛다가 날 듯하고 있는 세련미는 거추장스러운 긴 장삼을 더 할 수 없이 가볍게 만들어준다.

요즘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승무를 그리고 있는데 이제 10% 정도 그려놓았다. 시리즈로 그릴 예정인데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 말을 마치며

봄이 되면 체리농사에 매진하고,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리는 체리아빠 유병일 작가, 이번 전시에 큰 소득이 있었다면 귀농·귀촌 회원들에게 취미를 가지게 해 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밑에는 회원들의 이름이 다소곳이 붙어있었다.

지난날 자신의 기억이 작품이 되어 관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서산시 해미면 분홍재길 91(홍천리). 생명의 움직임을 쫓아서 자연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오는 22일 토요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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