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삶 2

 

엄마한테 가는 길에 누나가 생각이 났어.

지지리도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도 못하고

경찰서 타자수로 취직해 내 대학 등록금까지 내 준 누나가

참 오랜만에 생각이 났어.

 

어지러운 집안 탓에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마흔이 다된 남자를 쫓아 집나간 누나

형은 하나뿐인 누나가 그래선 안된다고 의절을 선언했지

형의 차가운 시선에도 누난 매번

부모님생신이며 명절에는 빠지지 않고 천리길을 달려왔었어

 

그런 누나가 어린 혁이 하나 달랑 남겨놓고 봄 햇살 비칠 무렵,

부산 산복도로 날맹이 집에서 무에가 급했던지

마흔도 안된 나이에 세상을 떳지

 

그렇게 누나가 가고 우리집은

불행은 누나가 다 가져간 것처럼 잘 살았어.

혁이도 잘 커서 누나보다 키도 크고

이쁜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며...

손녀 서은이를 낳은 지 돌이 지났어

 

서은이가 누나처럼 잘 웃고 이쁜 짓을 얼마나 하는지

이번 명절엔 서은이 밖에 생각이 안날 정도야

누나가 봤으면 정말 좋아라 좋아라 했을텐데...

 

엄만 누나가 천사래

매년 누나가 간 2월이 되면 아프셔

벌써 2월이다

울엄마 또 아프시겠다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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