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원은 급작스럽게 심신이 불안할 때 쓰고, 천왕보심단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심신이 불안할 때 쓴다.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장하영 세선약국 약사

나는 참 별종이다. 일이 많은 게 마냥 좋다. 경제적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이 많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할 일이 없다면 일을 만들어서 한다. 내 능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따져보지도 않는다. 다다익선이다. 무조건 직행이다.

많은 일을 동시에 한다면 우선순위를 정하여야 한다. 끝맺음과 결실 때문이다. 특히 마감 시간(Dead line)을 잡는 습관이 중요하다. 새로 시작하는 일을 언제까지 끝낼지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리에는 일의 진척을 면밀히 기록한다. 사실 필자는 마감 시간이 임박했을 때 벼락치기로 일을 끝내는 습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일을 급하게 하다 보면 밤을 고스란히 새우기도 하고 성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집중력이 풀려서도 안 된다. 작은 삐걱거림도 용납되지 않는다. 조그마한 오차가 있다면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심리적 압박감도 거세다. 느껴지는 압박감은 인체 오감(五感)을 모두 동원해도 채울 수 없고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넘어간다. 그러나 난 이 느낌이 좋다. 왠지 포근하고 열렬한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겨울에 내리는 첫눈은 차갑지 않고 뜨겁지 않던가. 스트레스란 삶의 풍경화를 그릴 열정적 크레파스가 아닐는지.

누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자극에 대한 반응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마감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껴보았을 것이다. 마감 시간에 다가설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진다. 일의 진척이 없으면 자꾸만 꼬무락거린다. 탁상시계 철컥거리는 초침 소리에 괜스레 다급하다. 가슴 한편에서는 초조함이 서서히 달궈간다. 스트레스는 마감 시간 바로 전에 최고조에 이르고 마감 시간이 지나면 불식 간에 해소된다. 스트레스를 생활 주기로 받아들인다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그 폐해는 만만치 않다. 이럴 때 복용할만한 약이 있다면 필자는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안정액, 안심환)을 추천하고 싶다.

천왕보심단은 우황청심원과 비슷한 약제로 동의보감에 수제되어 있고 한방의 원리에 따라 제조한다. 기본적으로 배합되는 약초는 13종으로 당귀, 천문동, 인삼, 맥문동, 길경, 원지, 복령 등이다. 우황청심원의 30종에 비한다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약효는 어떨까? 동의보감 기록을 보면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증진시킨다고 나와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우황청심원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임상에서는 분명한 차별을 두고 쓴다. 우황청심원은 급작스럽게 심신이 불안할 때 쓰고 천왕보심단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심신이 불안할 때 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사고 때문에 크게 놀랐을 때는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게 좋고 누적되는 스트레스나 집중력 저하, 불면증, 불안증 등이 있을 때 천왕보심단을 복용하는 게 좋겠다. 부작용으로 설사와 복통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천왕보심단은 일상적 스트레스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남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를 떠나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스트레스를 줄일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자체는 피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풀만한 취미나 운동을 통해 해소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냥 길거리를 조용히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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