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대 문단】 수필

김기숙/수석동. 수필가
김기숙/수석동. 수필가

쑥 한 주먹도 노름이라고. 지난해 따뜻한 봄날 친구들이 우리 동네 펜션으로 놀러왔었다.

내가 농사일 때문에 멀리 못가니까 나를 위해서 가까이 놀러왔다. 그렇지만 난 그래도 놀지를 못했다. 그놈의 못자리 때문이다. 못자리가 논에 나가야 하는데 덩치 큰 콤바인이 고장이 난 것이다. 마침 토요일 날 고장이 났는데 수리센터가 일요일 날은 쉰다고 한다.

모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온다. 내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친구들은 우리 걱정 말고 일이나 하라고 하지만 난 기계가 고장이 나서 논에 못자리가 못 나간다고 말도 못하고 근처에 있는 쑥이나 뜯으라고 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쑥이고 나물이고 얼씨구나 하고 뜯는다.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라서 쑥 뜯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다.

얘들아, 너희들 우리 집에서 아르바이트 좀 해라.”

아르바이트~ 무슨 일인데, 못자리가 논으로 나가야 되는데 기계가 마침 고장 나서 논에 못나가게 되었다. 하필이면 기계가 오늘 고장이 난 담.” 내가 워낙 일이 많고 못자리 때문에 걱정을 하니까 진짜인줄 알고 서로가 처다 보더니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다나 어쨌다나.

그만 두어 너 네들 꼬락서니 본께 논에 들어갈 것들 하나도 읎다. 내가 언제 외할머니 젖먹고 자랐냐?”

게다가 들쥐란 놈이 하우스에서 모상자 위를 널뛰듯 돌아다니면서 뜯어 먹었다. 평생 농사를 지어도 이런 더러운 쥐들은 처음 봤네, 혼자서 듣는 이 없이 구시렁거린다. 어려서는 일하고 자랐지만 다들 서울이 좋다고 서울로 시집 간 아이들이다. 나만 시골이 좋다고 와서 평생 일만 한다. 즈기들은 흙도 안 묻히고 깨끗하게 살면서 나만 보면 부럽다고 한다. 글 한 꼭지 가지고 문학기행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좋아 보인단다. “에라 거짓말쟁이들아!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 허여, 언젠가 나 헌티 촌 여편네라고 해 놓구선 그래! 친구니께 봐 주는 거다. 집에 일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해 떨어질 무렵 친구들 노는 펜션에 갔다. 우리 친구들은 많아도 술이나 화토를 치는 아이들은 없다. 아주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윷가락은 빠지지 않고 꼭 가지고 오는 애가 있다. 친구 놀러간다고 하면 잘 놀다 오라고 말판이랑 밤나무로 윷을 깎아 챙겨 주는 친구 남편이 있다. 윷판은 무르익어 내가 들어가도 모른다. 윷을 한참 놀다 쑥을 조금 뜯은 문가가 집에 가져와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까 느닷없는 제안을 한다.

우리 쑥을 담보로 내기 하자하니까 많이 뜯은 박가가, “난 싫어한다.

지천으로 널브러진 것이 쑥인데 아이처럼 싫다는 말이 얼마나 재밌던지 웃음이 계속 나온다. 그날 밤 친구들은 윷가락을 던지며 밤새 무아지경이었다. 처음 친구가 윷가락 가지고 왔을 때 ! 너 참 신랑 한번 잘 만났다. 마누라 놀러 가는데 장난감 까지 챙겨주고 말야.” 우리들은 쟤 신랑이 좋은 사람이라고 띄워 주었다. 그런데 지난 해 돌아가셨다. 우리들은 문상 가서 김 가야! 이제 윷가락은 누가 깎아 준다니?” 친구는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 목안에 말로 다 깎아서 준비 해놓았지.”

돌아오는 봄에는 쑥을 뜯어서 내기를 해 노후 대책하자. 그러니께 너의 신랑 채취가 묻어있는 윷가락 꼭 가지고 와야 혀짖굳기는... 슬픔에 잠겨있는 친구에게 농담을 건다.

작년에는 저기 저 박가 때문에 쑥 내기 노름을 못했잖여.”

쑥 뜯으려고 칼까지 가지고 왔는데 노름 하게 되었느냐고 쑥 내기를 거절한 박 가를 향해 너 때문에 놀음판이 깨진 거야 알기나 혀. 다음에는 놀음판에 꼭 와야 되는 거여. 쑥 많은 벌판으로 너를 초대 할테니께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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