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추상화 개인전 연 12세 초등학생 ‘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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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첫 추상화 개인전 연 12세 초등학생 ‘김 본’
  • 김영선 기자
  • 승인 2020.02.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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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김 본 학생 “추상화를 그리는 데 있어 과정을 가장 중요시 해”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는 12세 소녀로 첫 추상화 개인전을 연 ‘김 본’ 학생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2세 소녀로 첫 추상화 개인전을 연 ‘김 본’ 학생

 

요즘 추상화 전시회라 하면 특별할 것도 궁금할 것 없는 일이지만, 12세의 어린 학생이 추상화 개인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누구일까. 서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정물화나 풍경화가 아닌 그것도 어린 소녀가 추상화 개인전을 열다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12세의 어린 학생이 추상화 전시회를 갖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 본학생의 어머니와 약속 한 일요일 오후 2,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비추는 조종분 갤러리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에 어른 키보다 큰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소녀의 키로는 사다리를 놓고 그려야 할 정도로 218cm×236cm의 대작이다. 구상과 추상을 접목시킨 아마도 작가의 대표작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유심히 살펴봤다. 초등학생 치고는 키가 클까? 그림 속에서 작가를 탐색하고 있는 사이 엄마와 함께 도착한 작은 키의 귀여운 아이는 본인이 김 본이란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는 언듯 보기에도 당차다. 이 어린 소녀의 생각이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어떤 연결고리로 연결되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다.

 

Q. 언제부터 그림 공부를 했나... 그림을 좋아 했나?

(김 본) 그림을 좋아했냐고 물으시면,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일상적인 학교공부를 하다보면 지겹고 따분해서 일주일에 하루쯤 색다른 것을 하고 싶었고...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됐어요. 막상 그림을 그리다보니 마음을 표현 하는 게 좋았을 뿐이에요. 초등학교 때 잠시 미술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공부로 미술을 가르치는 것에 그리 흥미는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 박동수 선생님께 그림지도를 받은 지는 3년이 됐어요. 특별히 강요하거나 뭐를 그려라, 이렇게 그려라 그런 것이 없어 좋았어요.

 

Q. 정물화, 풍경화도 많은데 특별히 추상화를 그린 이유는?

(김 본) 저는 제가 좋아서 그리는 그림에 대해 남에 의한 평가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아요. 어쩌면 구상미술은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미술이라면 추상미술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나 간섭이 없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결과 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다. 굳이 단번에 원하는 것을 그려내려는 것보다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쳐가며 그리는 과정이 좋아요. 어쩌면 색체놀이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색을 고를 때 특별히 많이 쓰거나 좋아하는 색보다는 제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색을 무의식적으로 골라 쓰는 편입니다.

218cm×236cm의 대작을 그리는 김 본 학생
218cm×236cm의 대작을 그리는 김 본 학생

 

Q.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인가? 앞으로 그림을 계속 할 것인가?

(김 본) 절대 아닙니다. 그림은 취미로 가끔은 할 수 있겠지만, 학생이니까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할 것입니다. 지난 1월에 서산석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빠의 직장을 따라 서울의 중학교에 진학해요. 서산을 떠나면 박동수 선생님 같은 분을 또 만날 수 있을까도 두렵고, 뭐 그림에 굳이 매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Q.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개인전을 여는 것은 그 부담감이 다른데...첫 개인전을 연 소감은?

(김 본) 뭐랄까. 뿌듯해요. 그리고 그동안 미술을 지도해 준 박동수 선생님과 보살펴준 엄마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특히 졸업선물로 전시회를 열어준 선생님께 많이 감사해요. 중학교를 서울로 가게 되어 선생님과 이별을 하는 것이 아쉬워요.

김 본 학생과 작품들
김 본 학생과 작품들

 

박동수 화백에게 물었다. 김 본 학생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박 화백은 김 본 학생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독립적이고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개성 있는 자신의 생각을 추상화를 통해 표현할 줄 아는 아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아이다. 본이에게 전시회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 졸업선물로 이번 전시회를 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작품 앞에서 김 본 학생과 박동수 화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 앞에서 김 본 학생과 박동수 화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른 아이와는 좀 다르고 특이한 본 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바람은 무엇일까? 엄마에게 물었다. “본이는 어려서부터 간섭이나 잔소리를 듣는 것을 싫어했어요. 자신이 알아서 모든 일을 하는 아이로 학교 공부도 알아서 잘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가도록 돕는 길이 엄마의 길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김 본 학생은 2017년 전국 영어말하기 대회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영선 기자 noblesse0550@hanmail.net

 

김 본 학생의 개인전 안내

· 전시 장소 : 조종분 겔러리(Galerie Jojongboon)

· 주소 : 서산시 해미면 한티로 18(해미IC 입구)

· 전시기간 : 2020. 1.23~ 2.23

· 오픈 시간 : 매주 목금토일 오후 2~7

 

추상 미술은 내가 평상시 즐겨 치는 기타가 아닐까

김 본 학생
김 본 학생

 

추상미술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의 의미는 색채, 질감, , 창조된 형태 등의 추상적 요소로만 이루어진 미술의 한 갈래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미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구상 미술과 달리 추상 미술은 특정 물건이나 자연물 등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미술이다. 그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평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내게는 삼 년간의 동반자와 같은 존재이다.

이러한 추상 미술을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해 본다면, 내가 평상시 즐겨 치는 기타가 아닐까 싶다. 기타는 소리의 진동이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오래 지속되는 기타 음의 여운처럼, 추상 미술도 영혼까지 깊이 있게 울려 낸다는 점이 비슷하다. , 음역대의 폭이 상당하고 화음 표현이 가능한 만큼 기타 악보에는 수많은 음과 코드들이 자리 잡아 한 곡을 완성한다. 이는 내가 추상 미술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과정이 그 의미 그대로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은 물감을 붓고 뿌리는 것이 예술적 표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 하였다.

나도 그처럼 온 방법을 동원하여 그림의 밀도를 높여감과 동시에 캔버스 위에 제작 과정을 기록해 내는 일, 한 마디로 과정 표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단순히 형태나 사물을 잘 따라 그린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영혼과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말에 가장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이것은 나의 스승님이신 박동수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자 추상 미술의 특성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문장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파스텔 톤으로 과정을 그려내며 그 문장을 그대로 적용해 보고자 한 나의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항상 남다른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이런 문장들로 나를 한 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주시는, 그리고 내 어린 나이와 비교적 낙후된 예술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박동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첫 개인전에 대한 김 본 학생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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