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며 부작용 크지 않다....시험 전이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복용하면 좋다

장하영 약사의 이야기-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세선약국 장하영 약사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임상 약사들도 하루에만 수백 사람을 응대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단골손님들이라 낯설거나 새롭지는 않다. 친숙하고 편안하다. 약국 업무 내용도 새로울 것이 그리 없다. 매일 반복된다. 근무 시간도 변함이 없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그대로이다. 이러한 생활을 13년 이상 하였다. 앞으로도 수십 년 내 생활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근 타성에 젖은 내 모습이 보인다. 나만 그렇겠는가. 직장생활을 오랜 시간 하다 보면 누구든 타성 때문에 무뎌진다. 하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전문가의 자부심도 갖지만 한편으론 신선함을 잃게 된다. 하던 방식을 고집하고 자기계발은 소홀히 한다. 꿈을 바꿔가며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 꿈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다른 꿈으로 이동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 사는 행위는 반드시 경계할 직장인의 자세가 아닐까.

솔직하게 얘기한다. 익숙함과 타성에 빠져가는 중견 약사로서 가장 좋아하는 환자는 증상을 간명하게 얘기하고 쉬이 약을 구입하는 환자들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내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반대로 특정한 증상을 세세히 얘기하고 약을 까다롭게 선택하는 환자들도 있다. 더러는 권해주는 약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환자들도 있다. 정말 약효가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최선의 판단을 믿고 선뜻 사주시니 진심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가장 응대하기 어려운 경우는 많은 증상을 한꺼번에 얘기하는 환자들이다. 아픈 데가 너무 많아 어떤 약을 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약을 증상만큼 다량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약국 손님 중 이러한 손님들이 꽤 많다. 이럴 때 내 경험상 특별히 권하는 약이 있는데 현대판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약이다.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이다.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는 한방의 원리에 따라 만든 전통이 있는 명약(名藥)이다. 동의보감에는 풍()을 맞아서 정신을 잃거나 정신과 마음이 불안하거나 정신 착란 증세가 있을 때 쓰이는 처방이라고 쓰여 있다. 이는 한방의 처방에 따라 제조되었기 때문에 기본 약제만 30여 종을 포함하며 성분으로 치자면 수백 종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우황청심원이라는 처방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우황이 가장 중요한 성분이다. 우황은 소의 담낭에 있는 결석을 건조한 것으로 사람이 섭취하면 혈압을 낮추고 경련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중요한 성분으로 사향을 뺄 수 없다. 사향은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소염, 항균, 중추신경 흥분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이외에 인삼, 당귀, 백출, 용뇌, 시호, 계피, 천궁, 산약, 영양각, 감초, 작약, 방풍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황청심원의 주요한 효과는 뇌질환, 고혈압, 혈액순환 개선과 신경정신증, 진정작용이라 할 수 있다. 소화불량이나 두통에도 도움이 된다.

독자들은 우황청심원 변방과 원방의 차이가 궁금할 것이다. 일단 성분표를 관심 있게 읽어보기 바란다. 성분 차이는 거의 없고 사향의 함량 차이만 있을 것이다. 성분 차이가 거의 없으니 가격 차이도 거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사향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원방이 변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그렇다면 원방이 변방보다 임상적 효과 면에서 무조건 나을까? 임상 시험에서 두통이나 어지럼증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을 때는 원방이 변방보다 분명히 좋은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에서는 원방을 복용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값이 싼 변방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하나만 더 설명하자.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면 안정작용 때문에 졸립거나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약제에 비하면 그 부작용이 그리 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복용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심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1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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