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극복은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믿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

유은경의 재미있는 이슈메이커-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유은경 사회과학 박사과정 중

또 벽에 부딪쳤다. 내가 버거워하던 일을 그는 손쉽게 해낸다. 거기에 자존심 상하는 한마디를 더 얹는다. “그거 간단한데?” 내색은 못하고 입만 실쭉샐쭉한다. 질투를 했다가 환경을 탓하다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내가 만난 벽과 그가 넘은 벽이 다른 것일까? 내 자신이 보잘것없이 초라하다.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가슴속만 뒤번진다. 내가 손쉽게 해낸 일을 버거워하는 이들을 보며 위안삼아 본다.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한계에 부딪칠 때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안 되는 이유들이 실로 합당하다. 성별, 학력, 가정환경 심지어 태어난 나라 때문이다. 내 탓을 인정하기엔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 마음속 깊이 감춰둔 열등감은 인정할 수 없다. 내가 부딪친 벽보다 그가 넘어선 벽이 애초에 낮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까짓것 그렇게 생각하자. 그가 넘어선 벽이 처음부터 낮았다고.

그렇게 자기 암시적 선언을 하고 벽 앞에서 고민해본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언정 끝까지 이 벽을 부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사다리(꼼수)를 가져다 슬쩍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자존심이 상하는가?

나는 서둘러 다른 길을 찾아본다. 또 어떤 벽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게 좀 더 유리한 길을 찾아 떠나는 게 더 빠르겠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출처 네이버 ‘뷰티플 마인드’
출처 네이버 ‘뷰티플 마인드’

 

사람들은 난관에 부딪쳤을 때 어떤 심리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대처한다. 그 중 하나가 자존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존감이라는 심리변수이다. 로젠베르크(Rosenberg)는 자존감을 스스로에 대한 주관적 평가라고 하였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것이다.

반면 자존감이 불안정한 사람은 과도한 자기애(Narcissism)를 초래하거나,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면 적대감 또는 분노를 더 많이 표출한다. 이처럼 자존감은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혼용되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히 말하자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자존심은 평소에 인지하고 있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계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순간 드러난다. 자존감은 주위 환경이나 타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되는 자기 인식이다. 또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반면, 자존심은 타인에 의해 평가되어지는 가치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이의 우월한 기럭지를 보고 자존심만 상해있어 봐야 시간낭비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talent)을 갖고 있다. ‘재능이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어떤 일을 특별히 더 잘하는 타고난 능력을 말한다. 영국의 한 유전학자는 전적으로 재능의 평등성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나와 다른 이의 재능은 분명 다르다. 그가 가진 재능앞에서 나는 평등선상에 놓여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그는 그 재능때문에 언제나 손쉽게 벽을 넘었던 것일까? 나도 그 재능만 찾으면 뭐든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까?

재능이 반드시 탁월한 성과를 약속하지는 않는다. 재능을 찾았다면 다음 수순은 내가 선택한 길에서 만난 벽을 넘어서는 것이다. 처음엔 남들보다 좀 더 쉽게 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버거운 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벽 앞에서 또 다시 핑계거리를 늘어놓을 것인가. 자존심만 상한 체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고로 자존심을 세울 것이 아니라 내 자존감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버거웠던 벽이 무너지고 여의히 내게 길을 내어줄 것이다.


참고문헌

1. 한민, 서신화, 이수현, & 한성열. (2013). 한국인의 자존심 개념과 특성에 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19/2, 203-234.

2. Rosenberg, M. (1965). Rosenberg self-esteem scale (RSE).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Measures package, 61(5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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