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삶 1

울 엄니, 여든다섯 이쁜이 할머니

메꽃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곱디고우신 우리 어머니

그 험한 세월을 견디시느라 세파에 찌들만도 한데 언제 그런 세월이 있었던가 싶게 고운 핑크빛 피어난 저 메꽃처럼 편하게 안아주신 어머니

그 어머니께서 아프시다.

허리 다리 아프신 거야 그냥 끙 소리 한번 안하시고 참아 내시는 분이신데 설날인데 왜 안 오느냐고 글썽이신다.

설 하루 전 올라가 뵙고 설당일 무에가 그리 바쁜지 자식들은 다들 제집으로 떠나왔는데……. 틀어 논 TV에선 설 특집이라고 잔뜩 떠들어 대니 어제 일을 잊어버리시곤 설인데 왜 하나도 안 오느냐고…….

오늘이 아니라 어제가 설이었고 설에 다들 모여서 여차저차 해서 어머니가 세뱃돈도 주셨다고 말씀드렸더니…….그랬냐? 하신다. 깜빡깜빡 하신다고 느꼈지만 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직 더 행복하셔야하는데……. 제일 두려워하시던 게 치매였는데…….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 다 잊는 건 좋은데 좋은 기억마저 잊히는 게 안타깝다. 한편 많이 걱정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귀엽기만 하시다. 아직 전화 드리면 잘 받으시고 울 아들~ 수고했어. 어여 들어가서 쉬어~” 하신다.

지금껏 내 삶의 기둥이신 어머니……. 그 기둥에, 세월감에 따라 버섯이 피는 걸 어쩌지 못하고 그저 가슴이 헛헛해지는…….

자식이라는 놈이 걱정하는 듯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머니 걱정이 아니라 가슴에 기둥하나 무너지는 자기걱정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했던 것도 어쩜 자기편하고 이로운대로였다. 한 시간이면 찾아 뵙는 것을 무에 바쁘다고 한 달에 한두 번…….

엄니, 죄송혀요. 뭐 기억 다 잊어도 좋은데 사시는 동안 웃으면서 사셨으면……. 그랬으면…….

쪼르륵 말려서 질 때도 귀엽고 예쁜 저 메꽃처럼…….

엄니 사랑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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