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거어르신의 홀로 지낸 설 명절

어느 독거 어르신의 마지막 부탁
어느 독거 어르신의 마지막 부탁

 

“1928년에 태어났으니 90하고도 세 살이나 더 먹었네...”

설날을 맞은 아파트 이집 저집마다 외지로 떠났던 자식들이 손자, 손녀 손을 잡고 찾아온다.

딸년 하나는 왕래를 끊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나마 아들놈 하나 있는데 얼굴 본지 오래여.”

올해도 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살짝 열어 둔 창문 틈으로 왁자지껄 동네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만 찾아왔다 멀리 사라진다.

우울증으로 자살끼 조차 있는 이 모 할머니는 올 설날도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다 장롱 깊이 넣어 둔 사진을 꺼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살 자신이 없어. 나를 발견한다면 꼭 부탁하고 싶어.”

할머니는 자신을 돌봐주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게 마지막일 줄도 모를 부탁의 글을 남겼다.

주그면 화장해서 바람에 날이세요.”

연필로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글에는 90 평생 서러운 한이 눈물이 되어 폭포처럼 흘러 내렸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사진과 함께 액자에 끼어 논 할머니의 마지막 부탁의 글은 홀로 명절을 지낼 할머니를 걱정하다 찾아 온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눈에 띄었다.

제일 가까운 친구처럼, 자식처럼, 할머니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는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하지만 옅은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 모습에 그녀는 힘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창밖 먼 하늘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빰에는 뜨거운 눈물만 소리없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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